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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지진 원인은 숨은 단층 탓?… “원전 가까워 철저 조사를”

입력
2020.05.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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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간 70여차례 지진 이례적… 과학계 “확인 못한 단층 있을 수도” 

최근 지진 난 해남인근 단층구조. 김문중 기자
최근 지진 난 해남인근 단층구조. 김문중 기자

최근 보름 사이 70여차례의 이례적인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남 지역에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전주와 광주 지역 단층과 연관 있을 거란 추정이 나오고 있지만, 베일 속에 가려진 또 다른 단층에 대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진단에서다. 특히 전남엔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영광까지 이어지는 단층이 있다는 점에서 지진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4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전남 해남군에 일어난 지진은 총 74회(규모 0.9~3.1)다. 그 중 5회(4월 28일 규모 2.1, 30일 2.4, 5월 2일 2.3, 3일 3.1, 9일 2.2)가 규모 2.0 이상이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전진, 본진, 후진의 통상적인 패턴과 달리 작은 규모의 지진이 유사 지역에서 다발성으로 나타나는 건 상당히 특이하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들은 모두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0~22㎞에서 관측됐다. 북쪽으론 전주단층, 남쪽으론 광주단층이 있는 위치다. 이들 단층이 관련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전남도에서 북동 방향으로 뻗은 전주단층을 따라 올라가면 전북 장수와 무주, 충남 금산이 나온다. 올 들어 장수에선 2회(4월 27일 규모 1.3, 2.8), 무주 1회(2월 28일 1.4), 금산 6회(2월 11일, 3월 1일, 4월 28일, 5월 7일 0.9~2.4) 지진이 발생했다. 전주단층의 남서쪽 끝부분인 전북 정읍(2월 21일)과 진안(1월 16일, 2월 13일, 3월 2일, 4월 11일, 17일)에서도 각각 1회(규모 1.6)와 5회(1.2~1.8) 지진이 나타났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전주단층을 따라 작은 지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연관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주단층은 정읍 인근에서 동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전남 영광에 이른다(영광단층). 영광에는 한빛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오 교수는 “원전과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최근 지진들이 전주나 영광단층과 관련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주나 광주단층이 해남에 지진을 유발하기엔 거리가 멀고, 지각의 움직임이 가능한 활성단층이라고 보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그 동안 국내 지진은 대부분 4~10㎞ 깊이에서 발생했는데, 단층의 활동성이 높지 않아 지표에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남 지진의 진원은 지하 약 20㎞다. 이 본부장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단층 운동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확인 못한 작은 단층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진은 지하에 가해진 힘(응력)이 오랫동안 쌓여 어느 순간 단층을 움직이게 하면서 일어난다. 해남 지진이 단층 움직임의 시작일 수도 있고, 응력을 해소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홍 교수는 “지진들의 공간적 분포를 분석해 단층의 모양과 크기를 알아내면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여력이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해남 지역에 지진 관측소를 추가 설치 중이고, 지질연은 지난 7~8일 나갔던 현장 지질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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