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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한화와 18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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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2사 후 끝내기 안타. 18연패를 끊은 한화 이글스 분위기는 한국시리즈 승리를 방불케 했다. 대전 이글스파크 옆 보문산 정상에선 팬들이 대형 깃발을 흔들었고 치어리더는 눈물을 보였다. 이날만큼은 두산 팬을 제외한 모든 야구 팬이 대동단결했다. 더블헤더 2차전까지 2연승을 달리자 팬들은 제대로 ‘야구 하이’에 빠졌다. 야구 게시판을 도배하던 탄식, 좌절, 분노는 기쁨의 눈물로 뒤덮였다. ‘꼴랑 2연승 했다고 18연패 한 거 다 잊어버렸다’는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마리한화’다.
□ 롯데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보이는 광적인 응원 문화가 유명하지만, 한화 팬들의 자기희생적 응원 마인드는 비할 데가 없다. 마리화나 중독처럼 덕질을 끊을 수 없다고 해서 ‘마리한화’, 연이은 패배에도 초탈한 모습이어서 ‘보살’로 불린다. 대체로 점수를 내주며 경기를 시작해 별 기대를 주지 않다가 막판에 역전하는 그 짜릿함에 도저히 팬질을 멈출 수가 없다. 지역 연고와 상관 없이 한화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고, 경기 시청률이나 구장 점유율도 팀 성적과 무관하게 수위를 기록한다.
□ 한화의 18연패 기록은 삼미 슈퍼스타즈가 갖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와 타이를 이룬다. 인천을 연고지로 삼아 한국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창설된 삼미는 1985년에 시즌 개막전 딱 하루를 이긴 후 18연패를 내달려, 35년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을 달성했다. 1982년 꼴찌(6위)를 차지했을 때 승률 1할8푼8리(15승 65패)도 여간해선 깨기 어려운 역대 최저 승률 기록이다. 삼미의 패배의 역사는 전설이 되었고, 이제 한화의 성적을 표현하는 ‘한화 슈퍼스타즈’라는 용어로 소환된다.
□ 역설적이게도 한화의 낮은 팀 성적은 마리한화가 존재하는 이유다. 한화는 1999년 단 한번 우승했고, 꼴찌 경험이 적지 않다. 류현진이라는 괴물 투수에게 1실점 완투패의 기록을 안겼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을 때도 ‘박찬호 보는 즐거움’에만 그쳤다. 이런 팀이 9회 역전승을 거듭하며 중위권에 오를 때 팬들은 환호한다. 가을 야구의 기억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올해는 제발’ 기대를 품는다. 팀을 재건하고 기대치를 높여 마리한화가 사라질 그 날은 과연 올까.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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