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책임지지 않는 친문 강경 세력
‘20년 집권론’커녕 5년 단명으로 끝날 판
노무현 탄핵 때 위기 돌파 박근혜 배워야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전까지만 해도 선거에서 별로 이겨본 적이 없는 정당이었다. ‘패배 친화적 정당’ ‘만년 야당’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2017년 대선 승리도 박근혜 탄핵이 아니었으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2016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으로 이어진 전국 선거 4연승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번 4ㆍ7 재·보선에서의 민주당 참패는 예견된 것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사실 지난해 총선에서 졌어야 했던 게 미뤄졌을 뿐이라고 한다. 지난해 상황을 보면 민주당의 실정은 이미 켜켜이 쌓여 있었다. 패배 전망이 많았는데 난데없이 코로나19가 터졌고, 국가적 위기감이 민주당도 예상 못한 180석의 압승을 가져온 것이다.
현 정부를 낳은 촛불 민심은 공정과 정의였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의를 없애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정의가 거론된다. 차기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은 ‘분배 정의’, 윤석열은 ‘법적 정의’를 각각 상징하는 인물로 대변되고 있다. 사람들이 지지하는 건 두 사람이 아니라 그들로 표현되는 시대정신인 셈이다. 이런 현상은 집권세력이 대중의 염원 실현에 실패했음을 실증한다.
현실에 발 딛지 못한 정책적 무능,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인 행태, 나만 깨끗하다는 오만에 국민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다 한꺼번에 분출한 게 이번 선거 결과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아직 원인을 모르고 있다. “LH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판세가 괜찮았다”는 말이 나온다. LH는 단지 폭탄의 도화선에 불과했을 뿐인데 그 간단한 사실조차 모른다는 게 민주당의 진짜 문제다.
얼마나 민심을 몰랐으면 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하루 전날에도 “3P 내외의 박빙 승부”라고 했다. 민주당 선거 캠프에선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 내로 좁혀졌다”고 했고 “사전 투표에서 이겼다”는 문자 메시지도 돌렸다. 지지층 투표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었으면 모르겠는데 선거 다음 날에도 사전 투표 승리 얘길 하는 걸 보면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책임을 져야 할 친문 강경 세력은 여전히 언론 탓, 야당 탓, 검찰 탓이다. 민생 개혁이 아닌 이념적 개혁이 부족해 선거에 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설마 내년 대선에서도 지기야 하겠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1년 만에 배를 뒤엎은 성난 민심을 보면 정권심판론이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보는 게 옳은 판단이다. ‘20년 집권론’을 넘어 ‘50년 집권론’을 부르짖더니 5년 단명으로 끝날 상황에 몰려 있다.
선거에 대패한 정당은 새로움이 낡음을 대체하려는 치열한 시도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 패배에 익숙했던 정당 시절 했던 지도부 퇴진→비대위 구성→전당대회의 낡은 공식을 답습하려 한다. 친문 핵심 인사들끼리 돌려 막기로 얼굴을 바꾼다고 당이 달라질까.
그나마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뒤늦은 반성문을 내고 쇄신을 외친 건 당의 회생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검찰 개혁에 공감대를 잃었다”는 자아비판은 정확한 지적이다. 이들을 비난하는 친문 강경 세력은 국민의힘에서 태극기 세력이 사라진 뒤 선거에 이긴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박근혜 대표는 허허벌판에 천막당사를 쳤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총선에서 원내 2위당을 차지하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박근혜 이름 석 자에 치를 떠는 민주당이라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천막당사라도 쳐야 한다. 그래도 등 돌린 민심은 돌아올까 말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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