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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후 슬럼프"... 여진구가 말한 '괴물'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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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아버지였다. 비극은 늘 뜻하지 않는 각도로 찾아오는 법. 부자는 경찰이었다.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아버지가 씻지 못할 죄를 저지른 사실을 뒤늦게 안 자식의 기분은 어떨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서 있는 아들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괴물이 돼서 한기환을 끌어안고, 가장 높은 곳에서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겁니다." 하늘이 내린 벌을 모두 자신이 짊어지려는 느낌, JTBC 드라마 '괴물'에서 형사 한주원역을 맡은 여진구(24)는 그 위태로움을 묵직하게 소화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담벼락에 얼굴을 살짝 묻고 좋아하던 낭자를 수줍게 쳐다보던 소년은 없었다. 온라인엔 아역 출신 배우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글이 방송 내내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작품을 검토할 때 제일 고민하는 게 '제 평소 모습과 얼마나 다른 모습을 갖고 있나'예요. 나와 정말 다른 삶을 살아 온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게 연기를 할 때 큰 동력이 되거든요. 그래서 재밌게 촬영을 했고, 친구들이 '내가 알던 네가 아니다'란 얘기를 종종 해줘 다행이다 싶었죠." 12일 화상으로 만난 여진구의 말이다.
10일 종방한 '괴물'은 스릴러의 외피를 입은 심리 드라마였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의 이중성은 고스란히 민 얼굴을 드러낸다.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극 중 인물들은 수시로 '괴물'로 변했고, 그 모습은 TV 밖 사람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진구도 때론 '괴물'이 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이 만연한 삶을 살면서 불법을 저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괴물' 같은 모습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제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 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인간적인 면을 잃어버릴 때 누구나 괴물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했다. 여덟 살 때였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보고 싶다'(2012)를 비롯해 영화 '화이'(2013)의 흥행으로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주목받으면서 그에겐 위기가 찾아왔다.
여진구는 "뜻하지 않게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다보니 연기가 어느 순간 다르게 느껴졌다"며 "점점 틀에 갇힌 연기를 하게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내가 표현하는 것들에 의심을 하게 되면서 연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옛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2019)를 찍으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 감독과 꾸준히 소통하며 캐릭터 해석에 대한 확신을 얻은 뒤였다.
올해 데뷔 16년 차에 접어든 여진구에게 연기는 삶이다. '괴물' 촬영이 끝난 그의 요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허브 키우기다. '청년 여진구'는 "일상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가 요즘 화두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이에요. 코로나19로 어렵지만요. 기타, 피아노를 다시 배울까, 테니스를 쳐볼까 고민도 하고 있어요. 차기작요? 멜로 배우 여진구를 원하는 분들이 있던데 저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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