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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전 항암치료 먼저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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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세 여성 김씨는 5년 전 왼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삼중음성유방암 3기를 진단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당장 수술을 하고 싶었던 김씨에게 담당 의사가 항암치료부터 먼저 권하자 김씨는 당황했다. 의사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고, 이내 김씨는 항암치료 후 수술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했다. 항암치료 후 종양은 MRI 영상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김씨는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암이 사라짐)를 진단받은 김씨는 현재 재발 없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 중이며, 무엇보다도 수술 전 항암치료로 유방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로,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 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새롭게 진단된 유방암 환자 수는 2만6,534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주요 발생 연령군은 40대(35.9%)와 50대(30.4%)이며, 30대 환자의 비율도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기 유방암은 1기(IA, IB)와 2기(IIA, IIB), 국소진행성 유방암은 3기(IIIA-C)를 의미하며,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의 비율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75.3%, 국소진행성 유방암 환자는 약 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인간상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의 과발현 여부, 암세포 증식능 지표(Ki-67)의 분포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크게 내강형(호르몬 수용체 양성), 삼중음성(호르몬 수용체 음성, HER2 음성), HER2 양성암(호르몬 수용체 음성, HER2 양성)으로 분류합니다. 전체 유방암 아형 중 삼중음성 유방암은 12.2%, 내강형 중 HER2 양성인 아형과 HER2 양성암은 합하여 22% 정도입니다.
한국유방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5년 전체생존율은 91.2%이며, 1기는 96.6%, 2기 91.8%, 3기 75.8%, 4기 34%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록 발생률은 높지만, 조기 유방암 환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다양한 치료제의 개발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생존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방암의 치료는 크게 국소치료(수술, 방사선치료)와 전신치료(항암, 표적, 항호르몬 요법)로 나뉘며, 환자의 특성(연령, 전신상태, 기저질환), 병기, 유방암 아형, 조직학적 등급과 같은 종양의 성격에 따라 다학제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과거 조기 유방암과 수술 가능한 국소진행성 유방암의 치료 순서는 수술적 절제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조요법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을 통해 선행화학항암요법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유방암 아형에 따라 조기 유방암에서도 수술 전 항암요법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술 전 항암요법이 도입된 목적은 수술이 어려운 상태의 국소진행성 유방암의 범위를 줄여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점차 그 목적이 확대돼 수술은 가능하나 종양의 크기가 커 전절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고, 김씨와 같이 항암요법으로 종양이 잘 줄어든 후에 보존술을 받게 되면 미용적 결과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만성통증, 조임 증상과 같은 수술 후 합병증도 감소시킬 수 있게 됩니다.
또 수술 전 항암요법은 항암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유용합니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해당 항암제가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종양이 있는 상태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면 의사의 진찰과 영상학적 평가를 통해 종양이 잘 줄어들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해 해당 항암제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항암치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세포를 없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 전 또는 후에 시행합니다. 따라서 수술 후 항암치료가 명확히 필요하다면 순서를 바꿔 수술 전에 시행해도 예후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요법이 추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유방암의 아형과 상관없이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3기 이상의 국소진행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 항암요법이 필요합니다.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유방암 환자는 유방 볼륨 대비 종양의 크기가 커 부분절제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신요법을 먼저 고려할 수 있습니다.
2cm보다 큰 조기 유방암의 경우 삼중음성 유방암이나 HER2 양성암과 같이 수술 전 항암요법에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형이 대상이 됩니다.
수술 전 항암요법의 효과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 complete response)로 보통 평가되는데, 병리학적 완전관해란 수술로 제거한 검체를 현미경으로 검사했을 때 종양세포가 모두 없어졌거나 침윤암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완전관해율은 30~40%이며, HER2 양성암은 항암과 표적치료의 병합 요법에 따라 60~80% 완전관해율을 보입니다.
삼중음성이나 HER2 양성암에서의 완전관해는 재발과 사망률을 의미 있게 낮춰 예후 향상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에서는 수술 전 항암요법의 효과가 낮고 수술 후에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보통 수술이 먼저 추천됩니다.
많은 분들이 김씨처럼 수술로 유방암을 빨리 제거하기를 희망합니다.
항암치료를 수술보다 먼저 할 경우 행여 암 덩어리가 더 커지지는 않을까,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술 전 항암요법은 암의 크기를 줄이고 다른 곳으로의 전이를 보다 빨리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그 효과가 입증돼 있습니다.
담당 주치의가 항암치료 중 얼마나 반응을 보이는지를 확인할 것이고, 드물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수술을 먼저 시행한 후 보조 전신요법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변경할 것이므로, 항암요법의 대상이라면 안심하고 치료에 집중하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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