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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샷과 백신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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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델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진국들이 추가 백신인 ‘부스터샷’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을 필두로 미국은 다음 달 20일부터 부스터샷을 맞히기로 했다. 각각 매일 7,000명대, 2만 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도 조만간 부스터샷을 접종할 계획이다.
□ 이미 150만 명 이상 부스터샷을 맞은 이스라엘에서 2차 접종 후 5개월이 경과한 60세 이상에게 3차 백신을 접종한 결과, 2차 접종자에 비해 5~6배가량 중증ㆍ입원 예방효과가 높았다. 당초 면역 취약자들에게만 부스터샷을 접종하려던 미국이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한 이유다.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해도 선진국들의 이런 행태가 윤리적인가라는 물음은 피할 수 없다. 부국과 빈국 간 현저한 접종률 격차 때문이다. 국제보건기구(WHO) 등의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에게 여분의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아직 구명조끼를 입지 못하는 사람들을 익사시키는 것” “비양심적”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 미국 보건부문 비영리단체 KFF에 따르면 대륙 간, 국가 간 접종률 격차는 현격하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인구 비율은 유럽연합(EU) 국가 55.6%, 북미 국가들은 45.4%이지만, 아시아 25.2%, 아프리카는 2.4%에 불과하다. 올해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 40%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WH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보다 11배 빠른 속도로 백신을 맞혀야 한다. 미국이 8,000만 회분, 프랑스가 3,000만 회분 백신을 국제사회에 공여하기로 하는 등 인도적 지원은 하고 있으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질병관리청도 지난 23일 코로나 의료진, 요양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부스터샷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 확보가 늦은 편인 우리 정부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국내 접종률을 높이고 넉넉히 백신을 확보하는 일이 당면과제임은 틀림없다. 비록 우리나라가 백신을 양보할 처지는 아니라 해도 개도국 백신 지원을 위한 코백스 기여금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백신 불평등 해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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