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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의문의 여인... 남편을 믿어야 하나 [몰아보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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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바로 보기 | 6부작 | 18세 이상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는 하버드대 출신 정신과 의사다. 상담 치료로 이름이 높다. 그는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결혼 생활에 잇달아 실패한 여자 환자에게 “남자에게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고 야무지게 충고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은 남부러울 게 없다. 관계가 원만한 남편 조너선(휴 그랜트)은 소아암 전문의다. 집은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에 있다. 아버지 프랭클린(도널드 서덜랜드)은 성채 같은 저택에 사는 부호다. 아들 헨리(노아 주프)는 명문사립학교에 착실히 다닌다. 이보다 완벽하기 힘든 그레이스의 삶은 어느 날 무너진다.
그레이스는 학부모 모임에서 엘레나(마틸다 드 안젤리스)를 만난다. 젊은 엘레나는 도발적이다. 아기와 함께 왔는데 시위하듯 학부모 앞에서 수유를 한다. 그레이스와 피트니스센터 탈의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나신을 과시한다. 그레이스는 엘레나를 학교 기금 모금 경매 파티에서도 만난다. 엘레나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그레이스에게 “친절히 대해줘 고맙다”고 말한다. 다음 날 엘레나는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수수께끼 같은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벽 급히 출장을 간 조너선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경찰은 조너선을 살인용의자로 본다. 그레이스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별장을 찾는다. 조너선이 갑자기 나타나 결백을 주장한다.
그레이스는 더 깊은 혼돈으로 빠져든다. 남편의 부정에 분노하면서도 그의 주장을 외면하기 어렵다. 어린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남편이 살인을 저질렀으리라 믿을 수 없다. 어린 아들은 아빠를 원한다. 남편의 무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예전 가족으로 돌아갈 수 없으나 미련이 남아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조너선의 주장이 진실돼 보인다.
그레이스는 남편 구명에 나설 것인지, 복수심에 그대로 둘 것인지 고민한다. 아버지 프랭클린은 조너선에 대한 경계와 의심을 풀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남편을 지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레이스는 형사 분야 최고 변호사를 기용한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던 일이 밝혀지고, 살인범의 실체는 더더욱 알 수 없게 된다. 엘레나의 남편 페르난도에 대한 의심이 짙어지기도 한다. 우연히도 형사 조와 페르난도는 히스패닉이다. 조는 페르난도를 용의선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걸까. 법정 공방에서도 검사보다 변호사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레이스는 남편 구하기에 힘을 더 싣는다.
하지만 마냥 남편을 믿을 수는 없다. 다른 유력한 용의자를 찾기 어렵다. 뉴욕의 겨울, 거리엔 눈들이 쌓여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눈처럼 쉬 녹지 않는다. 봄이 다가온다.
치정과 살인이라는 흔한 소재로 인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남편은 정말 살인을 저질렀을까, 결백하다 해도 부정한 남편을 용서해야 할까, 아들을 위해 엄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드라마는 그레이스의 시선과 번민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이야기 줄기는 단출한데 서스펜스가 넘친다.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의 연기 만으로도 다음 회를 바로 보게 된다. 영화 ‘인 어 베러 월드’(2010)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덴마크 감독 수잔 비에르가 연출했다. 지난해 HBO 드라마로서는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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