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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청각장애 배우' 트로피 들어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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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75)은 수어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상을 받는 배우가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노배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다시 한번 시상식을 발칵 뒤집었다. 윤여정이 "어머니가 뿌린 대로 거둔다더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잘못 발음되는 데 불평했는데, 정작 올해 시상자로 나서 후보 이름을 서툴게 발음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눙을 친 데 따른 호응이었다. 은발의 한국 노배우가 배려와 유머로 할리우드 '별'들이 줄줄이 모인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윤여정은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검은색 롱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윤여정의 왼쪽 어깨엔 '난민과 함께'란 뜻의 영문 '#With Refugees'가 새겨진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을 지지하는 상징이었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수상자가 적힌 빨간 봉투를 연 뒤 잠시 뜸을 들인 뒤 수어로 수상자를 호명했다. 영화 '코다'의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였다.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도우미를 자청했다. 그녀는 코처의 트로피를 대신 들었다. 코처가 수상소감을 하려면 두 손을 써야 해, 배우 대신 트로피를 들고 서 있던 것이다. 윤여정이 최근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4kg 조금 못 되는데 난 한 손으로 들기 굉장히 무겁더라"고 한 그 트로피였다.
생중계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커' 역도 톡톡히 했다.
"할리우드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인사말을 한 윤여정은 "어머니가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머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작년에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이 안 되는 것에 대해 한소리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남우조연상 후보자님들의 이름을 보니 발음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한 말이었다. 객석에선 바로 웃음이 터졌고, 카메라는 영화 '듄'에 출연한 할리우드 청춘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웃고 있는 모습을 당겨 잡았다.
윤여정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전년도 수상자가 남녀 부문을 바꿔 이듬해 시상자로 나서는 게 아카데미의 전통이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제 이름은 윤여정"이라며 "유럽의 많은 분들이 저를 '여' 혹은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 드리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해 웃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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