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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폭락에도 가상화폐 관리 '구멍'… 힘 실리는 규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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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USD(UST)의 동반폭락으로 가상화폐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 가상자산 운용에 구조적 문제점이 발견돼도 이를 감독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할 근거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코인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0.0003달러에 거래됐다. 불과 일주일 전 80달러를 오가던 가격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이다.
루나의 폭락은 이달 10일 자매코인인 UST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루나는 1UST의 가치를 1미국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발행된 가상화폐다.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UST시세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를 찍어내 UST를 사들이고, 반대로 UST가 1달러를 넘어서면 UST로 루나를 매입하는 식으로 통화량과 가격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이 메커니즘은 UST와 루나가 동반급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망가졌다. 1UST를 매도하고 받은 루나의 가치가 실시간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 사이에 ‘1UST=1달러’라는 신뢰가 깨진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1UST의 가치는 20센트를 기록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도 14일 개인 트위터를 통해 UST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내 발명품(루나·UST)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며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억 개 신규 토큰을 루나·UST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테라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평 자오 최고경영자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는 등 업계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태 전부터 계속 제기됐던 ‘폰지 사기’ 의혹도 다시 고개를 들면서 양 코인의 폭락을 부채질했다. 발행사는 테라를 구매해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20% 수익을 지급해왔는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익률이 유지되려면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처럼 UST·루나의 폭락과정에서 구조적 결함과 사기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금융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감독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잘 준수하는지 점검하는 정도가 전부”라며 “가격폭락 사태에는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테라폼랩스에 지급준비금이 실제 존재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또 폰지 사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행사가 ‘예치 가상화폐’를 어떻게 운용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들여다볼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0일 “테라의 추락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검사·제재·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다. 올해 안에 주요국 규제 동향을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2024년까지 시행령을 마련해 법 시행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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