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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쥐와 가족으로 살았던 2년…"빠른 이별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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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구름과 별이 살던 집이고, 이건 깔아주던 담요예요.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어요."
실험 쥐 입양자 정혜원씨
동물실험에 동원됐다 안락사 직전 구조된 래트(시궁쥐) '구름'과 '별'을 입양한 정혜원(38)씨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넘었지만 사용했던 물건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 2년 동안 함께 산 구름, 별과 쌓은 추억이 담겨 있어서다. 정씨는 래트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최근 구름과 별의 양육 일기를 담은 '실험 쥐 구름과 별'(책공장더불어)을 출간했다. 또 구름과 별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4,600여 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래트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정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실험동물로 쥐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며 "구름과 별을 만난 이후 실험동물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선득해져 예사로 흘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동물실험에 동원된 동물은 488만여 마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설치류(353만7,771마리)가 가장 많았고, 이 중 래트는 30만6,288마리가 희생됐다. 래트는 마우스(생쥐)보다 덩치는 크지만 성격은 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동물옹호자인터내셔널(ADI)에 따르면 래트는 사람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쓰다듬어 주고 함께 노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래트를 포함한 쥐들은 해부나 독성실험에 활용된 후 대부분 실험실 내에서 안락사된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험에 활용된 쥐 20마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동물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를 운영하는 김보경 대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대학에서 실험 이후 살아가는 데 문제 없는 쥐들을 안락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실험을 승인했다. 실험이 끝난 뒤 나온 20마리 중 2마리를 입양한 게 정씨다.
정씨는 "당시 기르던 햄스터보다 좀 덩치가 큰 동물을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래트 입양 공고를 보게 됐다"며 "이왕 키울 거면 갈 곳 없는 애들을 데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아 바로 입양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래트 2마리에게 구름과 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이들은 죽는 날까지 사람을 따르지 않았다. 정씨는 "실험에 동원된 기간은 태어나자마자 6주 정도였다"며 "이후 2년을 함께 살았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을 늦추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정씨는 이들이 사람을 따르지 않은 건 실험에 동원된 경험이 있어서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까칠한 성격의 구름과 별을 키우면서 래트가 정말 순한 동물인지 궁금했고, 가정에서 번식한 래트 2마리를 입양했는데, 이들은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한다. 또 래트 커뮤니티에서 '키우는 래트가 공격성이 있어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 역시 실험실 출신이었다. 정씨는 "전문가가 아니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실험실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래트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구름과 별이 사람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먹성은 좋았고, 자기들끼리는 잘 지냈다. 또 살갑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정씨가 손등을 대도 피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정씨는 "반려동물이라고 반려인에게 꼭 살가워야 할 필요는 없다"며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이런 관계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나 고양이보다 덩치가 작은 동물은 기르기가 조금 수월할까. 정씨는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래트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에 활동을 많이 한다. 정씨는 구름과 별이 밤에 쳇바퀴를 돌리고 활동하는 것을 '래트랜드 야간개장'이라고 불렀다.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사료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래트용 사료가 있는데, 수입이 끊길 때에는 각종 곡식을 섞어 먹여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건 청소다. 배변 냄새가 심하다 보니 아침 저녁으로 대형 우리를 청소하고, 담요와 패드도 매일 빨아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이별의 아픔을 빨리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래트의 수명은 2~3년 정도로 짧다.
"구름과 별은 종양이 갑자기 커지고, 급속도로 악화됐어요. 소동물이 아프면 진료받을 병원을 찾기도 힘들어요. 구름과 별은 수술하지 않았지만 래트 커뮤니티를 보면 종양을 제거해도 또 재발해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정씨는 래트를 키우라 권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실험실 밖으로 나왔거나 도움이 필요한 래트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확실히 준비를 한 상태에서 입양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래트 커뮤니티에 가입하려면 먹이, 환경, 질병, 암수구분법 등 10가지 준비사항을 읽고 동의해야 한다"며 "작은 동물이라 키우기 쉽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특히 병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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