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가족 대통령실 근무에 민주당 "혐오시위 독려 의심"

박용진 "행정요원 누나, 방송 대신 진행하기도"
하헌기 "행정요원 본인이 극우 유튜브 운영 주체"
박지원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생각... 지지도 하락 이유"

5월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 40여 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한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현장을 찾아 소음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하며 거친 항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고성·욕설 시위를 벌여온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 A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씨가 최근까지도 동생의 플랫폼 업체에서 근무하며 "극우 유튜버"로 활동했는데, 대통령실이 '연좌제'라며 A씨 인사를 감싸며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누나를 채용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연좌제라니 안정권씨의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라"며 "누나 안모씨가 안정권과 함께 출연하거나 아예 방송을 대신 진행한 적도 있는데 이 사람이 무관하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의 보수 유튜버 친족 채용은 5·18 폄훼 연장전"이라며 "이런 사람의 채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 앞에 부르짖었던 모든 것이 가식과 위선이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연좌제 같은 무서운 표현을 아무데나 쓴다"며 "관계없는 사람을 동생과 엮은 게 아니라 본인이 그 유튜브를 운영하는 주체 중 하나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수진영이 겨우 폭력적인 극우 유튜버들과 선을 그으시나 싶더니 다시 자유한국당 시즌2로 돌아가려나 보다"며 "이번 건이 1회성 실책이길 바란다. 제발 정상적인 시스템부터 만드시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동료 의원들이 양산경찰서에 방문했을 때 서장은 평산마을 앞 혐오시위대에 대한 집시법 대응이 미흡함을 인정했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그 이유가 이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급속히 경직된 이 정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의 존재가 일선 경찰 입장에서 어떤 사인으로 받아들여지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혐오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찬대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유튜버가 대통령실의 '홍보'를 담당하는 행정요원의 친동생인 것이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냐"며 "정말 윤석열 정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해치는 시위마저 방조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연좌제가 없기 때문에 누나는 동생과 별도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어쩐지 국민은 참 끼리끼리 해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거냐. 그것 때문에 지금 윤석열 대통령님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12일 대통령실 근무가 보도된 직후 안정권씨의 누나는 사표를 제출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