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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관계자 "中의 '사드 3불' 요구는 비상식적"

입력
2022.08.05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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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3불, 외교적 합의도 아냐"
"중국 투자 리스크 커져"...부적절 발언 논란도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1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뉴스1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1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뉴스1

주중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5일 중국이 이른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3불' 방침 유지를 요구해오고 있는 것과 관련,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냐"며 중국 측 요구는 부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사드 3불은 문재인 정부와 중국 간 이뤄진 '사드 갈등' 협상의 결과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베이징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사드 3불에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는데, 제3국(한국)에 아무런 조건도 없이 미래에 이런 것들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합리적인가, 상식에 부합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래 안보 협력 가능성까지 중국이 제약하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이 고위 관계자의 견해다.

'사드 3불'이 외교적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한중 간 협상 수석대표와 정부 대변인이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가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 유지를 요구해왔으나, 애당초 그러한 외교적 합의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한중 간 경제협력 상황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 10년간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를 고려할 필요가 훨씬 높아졌다"고도 말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커졌으니, 기업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 기업 입장을 고려한 발언이라고 해도, 한중 간 경제 협력 변수를 줄여야 할 중국 대사관 관계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기업인은 "대사관 관계자의 발언은 오히려 리스크를 부각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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