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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성추행 극단 선택 유족에 산재보험금... "가해자에게 구상금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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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성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유족에게 지급한 보상금을 가해자에게는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동료 근로자는 산업재해보험법상 제3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전 대법관)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A씨에게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공공기관 산하 연구소에 입사한 부하 직원 B씨에게 성폭력을 일삼았다. B씨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발언을 했고, 부적절한 신체접촉까지 했다. B씨는 2015년 회사에 A씨를 신고했고, A씨는 회사를 떠났다. B씨는 그러나 성폭력 피해 여파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고, 2017년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B씨 유족은 "직속 상사의 성폭력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으니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지급 신청을 했다. 공단도 유족 요청을 받아들여 보상금 1억6,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A씨는 이후 강제추행죄로 벌금 1,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공단은 B씨에게 지급한 유족 보상금을 A씨로부터 받기 위해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했다면 원인 제공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것이다.
A씨 측은 "성희롱·성추행과 극단적 선택 사이에는 인과성이 없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A씨 측은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는 산재보험법상 '제3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①성폭력 피해와 극단적 선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고 ②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A씨를 '제3자'가 아니라고 보고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공단과 보험 가입자들만 경제적 책임을 부담하므로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강제추행과 극단적 선택 간의 인과성은 인정되나, A씨는 산재보험법상 제3자는 아니라서 구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깼다.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의 고의적 가해로 인해 업무상 재해를 입었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지는 게 산재보험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구상권은 가해자 처벌과 응징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가해행위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의 기준도 모호해 예외를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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