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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환, 범행 전 350번 연락에도…경찰 '위험성 없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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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가 지난해 전주환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면서 신변 보호를 요청할 당시 경찰이 작성한 '위험성 체크리스트'에서 전주환의 위험 상태를 가장 낮은 단계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 후 피해자가 재범에 노출될 위험도를 3단계로 나눠 평가·관리하는데, 이런 제도가 재범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셈이다.
27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경찰이 조사한 신당역 사건 피의자 전주환의 스토킹 범죄 위험도는 '위험성이 없음 또는 낮음' 단계였다. 이는 위험성 판단 척도(높음-인정-없음 또는 낮음)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숨진 피해자는 2019년부터 전주환에게 약 350차례에 걸쳐 '만나달라'는 일방적인 연락과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았다. 2년간 시달린 후 지난해 경찰에 전주환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때 경찰은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경찰은 왜 '전주환의 위험성'을 가장 낮은 단계로 판단했을까. 경찰은 이 의원 측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피해자 진술을 청취해 체크한 결과,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활용한 체크리스트 서식과 안내 지침에 따르면, 피해자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로부터 폭행과 협박, 신체 제한,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게 돼 있다. 두 항목 모두 '없음'이거나 있더라도 반복될 우려가 낮은 경우, 또 협박만 한 경우엔 '위험성 없음 또는 낮음'로 판단한다. 신당역 피해자 역시 물리적 위협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이같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전주환의 '위험성'을 진단한 건 체크리스트가 개정되기 일주일 전 딱 한 번이었는데 이후 보강 조사는 없었다.
지난해 7월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이후 약 석 달 만인 10월 14일 경찰은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개정·보완해 위험도를 4단계로 세분화하고(매우 높음-높음-보통-없음 또는 낮음), 직접적인 피해 외에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 정보 조사도 추가했다. 그러나 이후 전주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도 전주환의 스토킹 위험도는 바뀌지 않았고, 피해자가 스토킹 건으로 추가 고발했을 때도 추가적인 보완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어떤 상황에서 스토커 위험도를 갱신하라는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350여 차례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가 '위험성 없음 또는 낮다'고 나왔다는 것에서 이번 사건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본다. 가해자의 심리 등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수시로 위험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찰도 이런 한계를 인식해 위험도 체크리스트 보완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개정 이후 추가 보완을 위해 이번 신당역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3일 '안전조치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계량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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