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비판했다 '강제송환 위기' 미스 미얀마, 캐나다 망명한다

'미스 미얀마' 한 레이, 방콕 공항 억류 일주일 만에
유엔난민기구 도움 캐나다에 난민 신청, 인정받아

2021년 3월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미스 미얀마로 참가한 한 레이가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이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날 국제적인 도움을 호소했다. AP 연합뉴스

국제 미인대회에서 자국의 쿠데타 군부를 공개 비판해 본국 송환 위기에 처했던 '미스 미얀마'가 결국 캐나다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았다.

2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미스 미얀마 한 레이(23)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도움으로 캐나다에 난민 지위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방콕에 머물러 온 그는 이날 밤 대한항공을 이용해 태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 캐나다 토론토로 향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양곤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레이는 지난해 3월 방콕에서 열린 '미그 그랜드 인터내셔널'에서 최종 20인에 선정됐다. 그는 당시 무대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가 자국민들을 탄압한다며 "오늘 미얀마에서 군부의 총에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얀마를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레이는 마이클 잭슨의 곡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를 수화와 함께 부르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자 미얀마 군부는 레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이로 인해 그는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태국에 머물러 왔다. 지난 21일 베트남 다낭을 방문한 후 태국으로 돌아오다가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미얀마 군부가 레이의 여권을 무효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레이는 미얀마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방콕 공항에 발이 묶였던 그는 일주일 만에 캐나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캐나다로 떠나게 된 것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7월 반체제 인사 4명을 사형 집행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레이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 발언 이후 "죽음의 위협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