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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그대론데... 장관 한마디에 KTX 세면대 '음용불가' 문구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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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한마디에 2004년 개통 이래 유지됐던 KTX 화장실 세면대에 적혀 있던 '이 물은 마실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KTX 열차 내 세면대 수질은 그대로라서 이용객의 혼란을 부를 수 있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20일 페이스북에 KTX 내 화장실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세면대 옆의 '음용 주의' 문구를 "수질을 의심케하는 세면대의 문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빠른 KTX 속도만큼이나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X 운영 주체인 한국철도공사도 부랴부랴 해결에 나섰다. 원 장관이 지적한 지 10여일 만에 모든 KTX 열차 내 화장실에 게시된 '음용 주의' 문구 스티커를 교체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난 8월 8일부터 9월 16일까지 KTX 열차 화장실 1,104곳 스티커를 예산 1,000만여 원을 들여 교체했다.
문제는 '음용 주의'를 알리는 스티커만 사라졌을 뿐 수질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철도공사에 따르면 KTX 열차 화장실에 사용되는 물은 경기 고양, 부산, 광주 세 곳의 차량기지에서 공급받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이니 음용 가능하지만, 이를 상당 시간 보관하는 열차 내 물탱크나 수도시설은 음용을 전제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가 이제껏 세면대에 '이 물은 마실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둔 이유다.
주요국 고속열차 세면대에도 이 같은 이유로 비슷한 주의 문구나 픽토그램이 붙어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이 한 의원에게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신칸센 △독일 이체(ICE) △프랑스 TGV △중국 까오티에△러시아 삽산 등 주요국의 고속열차에는 '세면대의 물을 마시지 말라'는 주의가 게시돼 있다.
한 의원은 "원 장관은 열차 운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의 SNS에 비현실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철도공사는 장관의 무리한 요구를 맞추려 예산과 인력을 낭비했다"며 "'쇼통'이 아닌 국민과 소통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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