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형님이라 생각했는데 비정한 세상… 가족만 생각하겠다"

"사실만 가지고 다툴 것… 서운한 거 많아"
대장동 배임 재판서 '이재명 책임론' 주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진짜 형들인 줄 알았는데, 아무 소용이 없구나 생각했다. 마음을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장동 사업 비리와 관련한 재판에서 이 대표 이름을 여러 번 언급하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들이라 불렸던 사람들의 어떤 생각이나 내용들이 순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함께 하고 돕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대장동) 터지고 나서 상당히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비정한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됐고, 가족을 제일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도 "하나씩 양파 껍질을 벗기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한다"며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재판 휴정 시간에도 기자들과 만나 "서운한 게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의 수감 생활 동안 생각한 게 참 많았다"며 "긴가민가했던 일들이 나와 보니 확신이 됐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조만간 검찰 조사에 응하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도 답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를 대장동 사업 책임자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학 회계사를 향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원화(제1공단)'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해라'라고 했다"며 "이러면 시장이 정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 "이재명 시장이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을 본인이 했다고 발언한 것을 들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민용 변호사 측은 이날 재판 뒤 KBS 등 취재진을 만나, 김용 부원장의 8억여 원 뒷돈 수수 혐의와 관련해 "남욱 변호사 부탁으로 (돈을) 전달해 주라고 해서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돈을) 만든 사람과 (김 부원장에게) 갖다 준 사람, 전달한 사람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김 부원장은) 왜 부인하고 있나"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사람이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