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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가격 비싸지니 반찬·국·탕·찌개 찾는 젊은 고객들 꽤 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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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반찬 브랜드 '미자언니네' 조리실은 오전 6시부터 고기를 볶는 냄새로 가득 찼다. 조리원 10여 명이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우엉조림, 진미무침 등 기본 반찬부터 국·탕·찌개까지 40종류가 넘는 반찬을 하루에 만들어낸다.
미자언니네는 2016년 전자상거래(e커머스) 마켓컬리에 입점한 프리미엄 반찬 브랜드다. 최근 집밥 트렌드로 반찬의 인기가 오르면서 매월 10만 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 마켓컬리가 전날 가장 잘 팔리는 반찬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별한 상품을 발주하면 이 조리실에서 매일 아침 2,500여 개 반찬을 만들어 납품한다. 신아영 미자언니네 매니저는 "그날 나간 반찬은 당일 모두 소진하고, 남는 건 모두 폐기된다"며 "그날 많이 찾는 반찬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집밥 열풍이 불면서 가정간편식(HMR)과 함께 반찬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점점 올라가다 보니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수요보다 반찬을 사 먹는 수요가 늘었다. 반찬은 밀키트와 달리 따로 요리할 필요 없이 집밥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1~9월 반찬 상품군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했다. 반찬을 집중 판매하는 오아시스도 6월부터 반찬 매출이 꾸준히 늘어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까지 뛰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동네 반찬가게 관심도가 늘어 당근마켓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동네 상점 채널인 비즈프로필 반찬가게 이용률이 직전 3개월 대비 7배 증가했다.
선미자 미자언니네 대표는 "반찬 세 가지를 만들려면 재료 구입에만 2, 3만 원 드는데, 반찬을 사면 1만 원 안팎으로 해결 가능하다"며 "거기에 집밥의 품격까지 느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엔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자녀가 있는 주부가 반찬을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젊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로 구매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게 선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재료의 원산지와 저염식 등 품질을 따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항암과 면역 증진에 효과가 있는 고춧가루, 강황 등이 들어간 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경우 김치를 찾는 수요가 늘어 롯데마트몰은 1~9월 김치 판매량이 30%, 홈플러스는 볶음김치 등이 44% 증가했다.
특히 멸치조림이나 장조림 같은 밑반찬보다는 조리가 더 까다로운 메뉴나 메인 요리 등이 잘 나가는 것이 눈에 띈다. 1~9월 마켓컬리는 반찬 중에서도 닭볶음탕, 김치찌개 등 국·탕·찌개의 판매량이 40% 증가했다. 선 대표는 "닭볶음탕만 해도 식재료부터 소스까지 재료가 수십 가지인데 만들기도 번거롭다"며 "특히 간 맞추는 걸 힘들어하는 요리 초보에게는 반찬가게 닭볶음탕이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반찬 트렌드가 바뀌면서 선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오프라인 매장은 주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메뉴를 정하면 되지만, 온라인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팔릴 만한 메뉴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선 대표는 "온라인에서는 가정주부는 물론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메뉴를 마련해야 한다"며 "젊을수록 밑반찬보다는 외식으로 즐길 만한 메뉴나 조리가 복잡한 메인 요리를 많이 찾는 추세"라고 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집에서 만들기 힘든 음식일수록 더 잘 팔린다는 얘기다.
선 대표는 온라인에서 가지강정, 마파두부, 유부채소말이 등 젊은 층이 선호하면서도 건강한 메뉴 위주로 반찬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 비건이 집밥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오로지 채소로만 만드는 비건 소스도 개발 중이다. 선 대표는 "식재료뿐 아니라 소스까지 고기가 안 들어가야 진정한 비건음식"이라며 "파, 마늘 등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감칠맛을 내는 소스 개발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절약형 소비가 떠오르면서 고객이 적은 용량 반찬을 선호하는 경향도 짙어질 것이라는 게 선 대표의 생각이다. 선 대표는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한편에서는 비건이나 저염식 등 고객의 취향이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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