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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도 고유가·고환율 탓에…해외여행 대신 백화점 갔다

입력
2022.11.10 14:00
수정
2022.11.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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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 증가로 명품·가을옷 구매 늘어
3분기 실적 잇따라 기대 이상
경기침체 장기화로…4분기 실적은 '글쎄'

여성 부티크 명품 매장들이 자리 잡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신세계백화점 제공

여성 부티크 명품 매장들이 자리 잡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해 보복 소비로 실적이 고공행진을 달릴 때도 백화점 업계는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혀 백화점으로 몰린 명품 수요가 코로나19가 끝나면 면세점이나 해외로 흩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올해 완전히 빗나갔다.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된 올 3분기까지 주요 백화점이 잇따라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고환율 영향으로 아직까지 해외 여행이 생각만큼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많은 고객이 백화점으로 몰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야외 활동이 늘면서 패션 수요가 증가해 패션 업계도 덩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해외여행·면세점 대신 백화점으로

지난달 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개점 시간을 앞두고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개점 시간을 앞두고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6,096억 원, 영업 이익은 50.5% 늘어난 1,09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부터 일곱 분기 연속 이어진 성장 기록이다. 3분기는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쌀쌀한 날씨에 소비자들이 새 옷을 장만하면서 여성 패션(31.7%↑)과 남성 패션(29.1%↑)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영업 이익 1,089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현대백화점은 965억 원으로 64.6% 올랐다. 갤러리아백화점도 강점인 하이주얼리, 시계 등 명품을 앞세우면서 영업 이익이 13.24% 증가한 77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패션업계 6사 3분기 실적 그래픽=박구원 기자

백화점 패션업계 6사 3분기 실적 그래픽=박구원 기자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표를 두고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 폭발 현상이 3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고유가·고환율로 해외여행, 면세점 대신 국내 백화점을 이용하면서 매출이 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6일 인천공항 일일 여객 수는 9만3,25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하루 여객이 9만 명을 넘어섰지만,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20만 명이 이용하던 것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 회복한 것에 그친다.

여기에 명품 중심으로 주요 점포를 리뉴얼한 효과와 지난해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기저 효과도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백에 대한 관심이 최근 명품 의류나 하이주얼리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특히 명품은 경기 영향을 크게 안 타는 항목이라 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라고 봤다.



해외패션도 웃었지만…4분기 실적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는 9월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메종키츠네 매장 내부 모습.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는 9월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메종키츠네 매장 내부 모습. 삼성물산 제공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 선호 현상에 맞춰 새로운 명품 라인업을 강화한 패션업계도 호황을 누렸다. 3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은 3,875억 원으로, 영업 이익은 71% 늘은 242억 원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한섬의 영업 이익도 각각 70.6%, 2.5%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수입 유통 중인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등 신명품 컨템포러리 패션이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크롬하츠, 알렉산더왕 등 새로운 명품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3~5년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잘 키우느냐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 현상이 멀리 보면 패션 매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분기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핼러윈 참사 여파로 각종 프로모션이나 행사를 축소할 방침이라 예년 같은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애초 겨울은 객단가가 높은 아우터 매출이 크게 늘어 기본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이태원 참사 등 대외 환경 변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단이나 물류비, 인건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크고 소비 심리가 쪼그라드는 분위기라 4분기까지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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