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험난한 국민연금 개혁...소득대체율 하나 놓고도 전문가들 격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첫 단추인 '제5차 재정계산'이 올해 시작된 가운데 국민연금연구원이 '소득대체율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마련한 전문가 포럼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소득대체율은 퇴직 전 소득 수준 대비 연금액 비율을 뜻하는데,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에서 1차 연금개혁(1997년)으로 60%가 됐다. 2차 연금개혁(2007년) 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해 40%에 맞추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연금개혁에도 소득대체율은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 기초연금을 감안한 현행 유지 또는 축소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민연금을 논할 때 주로 인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놓고도 격론이 이어졌다.
10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포럼에서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2020년 가처분 중위소득 50% 이하인 65세 이상 노인을 상대빈곤층으로 잡았을 때 그 비율이 38.9%라고 밝혔다. 근로연령인구 빈곤율(10.6%)의 3.6배, OECD 평균 노인빈곤율(13.1%)의 3배에 이른다.
정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노인 70%에 기초연금 30만 원 지급, 중위소득 30% 이하에 생계급여를 지급하는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5년 이후에도 노인빈곤율이 30%를 초과해 OECD 평균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OECD의 연금 모형이 도마에 올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OEDC의 빈곤 분류 기준은 세 가지인데,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평균의 함정'도 있다"며 "대기업 임원 등까지 포함한 평균적 접근이 아니라 소득분위로 나눴을 때 정말 어려운 하위 25%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도 "OECD 자료가 참고용은 되지만 각 국가의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빈곤의 기준이 되는 가처분 중위소득의 50%는 국가별로 상당히 달라 OECD 자료를 금과옥조로 볼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국가 간 비교를 할 때는 공신력 있는 기준이 필요한데 모든 나라의 사정을 반영하지는 못한다"며 "반대로 완벽히 반영한다면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어 OECD 자료 관련해서 더 이상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몇 년 뒤 누구의 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명확한 정책 목표를 논의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은 40, 50년을 끌고 가야 하는 정책 목표이고, 그때까지 당장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어떤 방법으로 채울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도 "국민연금이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수행하는 기능을 무엇으로 판단할지가 중요한데, 빈곤 방지를 최소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창곤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도 "소득대체율 논란을 접할 때마다 답답한데, 그건 연금의 본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며 "최소한의 소득보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테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1일 처음 시작된 전문가 포럼은 국민연금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포럼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토론을 주재한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소득대체율은 연금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연금개혁을 위해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