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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딸을 위해 3년간 함께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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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초등학교 입학식 날, 경기 지역에 사는 김유진(가명·51)씨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딸의 손을 잡고 아이가 배정된 일반학교로 향했다.
다음 날과 그다음 날에도... 그렇게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김씨의 등교는 계속됐다.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받는 딸을 따라가 학교에서도 보살폈다. 김씨는 "담임 선생님 혼자 아이를 감당하기엔 어려워 수업시간에도 같이 들어가 계속 보조를 했다"라고 전했다. 공교육의 영역까지 부모가 책임을 져야 했던 것이다.
김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딸의 부족한 '사회성'이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의 사회성 연령이 떨어지다보니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많았다"는 것.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혼자 학교에 보내 봤는데 수업도 수업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김씨의 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마저도 운이 좋아 인근의 특수학교 결원이 나서 옮길 수 있었다.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은 7, 8세 무렵 왕성해지지만, 발달장애 아동들은 그 과정에서 괴로움이 크다. 김씨는 "발달장애인도 또래 관계를 원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집착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또래 사이에서 따돌림은 물론 돈을 빼앗기는 등의 일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씨는 "딸아이의 경우도 또래와 놀고 싶어 하는데 그런 그룹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 가족을 제외한 타인은 교류는커녕 만남조차 어렵다. 평일 낮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절반에 가까운 발달장애인이 부모·가족(31.8%)이나 혼자(20.2%)라고 답했을 정도(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보건복지부)이다.
김씨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어떤 식으로 자기감정이나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지 습득해야 하는데 가족과는 일방적인 관계밖에 배울 수밖에 없어 연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의 딸은 사설기관을 통해 꾸준히 발달장애를 가진 또래들과 사회성 그룹 수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김씨는 "수업 차원이 아니더라도 또래 발달장애인이 모여서 어울리고 이를 중재할 선생님이 배석하는 방식으로 함께 영화를 본다거나 등산을 한다거나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센터'가 있듯 장애를 가진 청소년도 일종의 센터에 등록해, 친구들끼리 같이 프로그램이나 놀이도 하는 곳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 김씨의 소망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에 첫발을 디뎠던 김씨의 딸은 어느덧 18살이 되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딸의 특수학교에 전공과라는 일종의 대학 과정이 개설되어 있지만 초·중·고교 과정보다 훨씬 더 들어가기가 어려워 진학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씨는 "아이가 어리거나 학생 때엔 그냥 빨리 치료를 해서 기능을 높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곧 성인인데 그 후로도 살아갈 너무 많은 시간이 있더라"라고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아이가 이제 직업도 갖고 일자리 외에도 생활 속에서 취미나 여가 등의 기회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 어디까지나 개인이 다 (준비)해야 하니까…"
졸업 이후, 딸은 어떤 나날을 보낼지, 그리고 김씨는 어떤 나날을 보낼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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