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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구속 실패에 특수본 '당혹'… 업무상과실치사 '문턱' 못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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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수사의 중책을 떠맡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큰 벽을 만났다. 참사 현장 총책임자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의 구속영장이 5일 기각되면서 수사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부실한 사전ㆍ사후 대응 혐의를 받는 이 총경은 특수본이 신병 확보에 가장 공들인 인물이다. 그의 구속을 발판으로 경찰 지휘부, 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수사망을 넓혀갈 요량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법원의 구속 불허로 특수본의 시나리오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특수본은 6일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경찰 등 현장 기관의 부실 대응이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특수본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구성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 탓에 향후 수사 동력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수본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 총경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했다. 전날 재판부가 공개한 기각 사유는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구속 상당성은 혐의 소명과 구속 타당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즉 법원은 경찰이 제출한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혐의 불(不)성립까진 아니지만, 재판부가 보기에 혐의 입증이나 증거인멸 우려 등이 전체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이 이 총경에 적용한 혐의는 크게 ①핼러윈 축제 기간 추가 인력 투입 보고를 받고도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②참사 당일 사고 발생 20여 분 전 상황을 인지했으나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이 총경 측은 “당일 오후 11시까지 급박한 상황을 몰랐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예견하지 못한 만큼 과실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특수본 안에서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않아 영장이 기각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특수본은 원래 이 총경 신병이 확보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ㆍ지자체 책임자를 상대로 2차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혐의가 적용된 이 총경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두 사람의 범죄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와 법리 보강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특수본 관계자도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 신청과 관련해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윗선 수사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경찰 현장 책임자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마당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수뇌부를 겨냥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특수본은 이날 김 서울청장을 재소환했다.
사실 이 혐의는 특수본이 현장 실무자를 입건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다. 죄목이 성립하려면 ①사고 발생이 예견되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②그에 따른 과실로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자들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까’ 같은 각종 합리적 의심을 배척할 만한 법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수준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피의자로 입건한 21명 중 16명에게 해당 혐의를 적용했다. 구속수사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특수본 일각에선 “어느 정도 혐의 소명이 된 만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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