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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사고' 벤치마킹하는 특수본... "경찰·소방·지자체 과실 모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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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주요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법리를 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안전관리 대책 미비(지방자치단체), 기동대 미배치(경찰), 늑장 구조(소방) 등 각 기관별 책임자의 여러 과실이 모여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식의 논리다.
이는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때 주요 피의자를 단죄하는 법리로 활용됐다. 사고 원인이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대형 참사에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의 과실에만 책임을 물으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수본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수본 관계자는 8일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각 기관 관계자들의 과실이 중첩돼 참사를 일으켰다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 구성에 공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특수본이 피의자로 입건한 21명 중 16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했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참사 직후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 또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즉, ①16명의 독립적 과실이 합쳐져 ②15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터졌고 ③그렇기에 공동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게 특수본 구상이다.
전례도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후 관계자 1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의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시공사 동아건설산업은 교량 구조물을 설계도대로 제작ㆍ시공하지 않았고,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이런 여러 잘못이 축적돼 3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또한 대법원은 건축계획 수립→설계ㆍ공사→유지ㆍ관리 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과실이 쌓여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고 판결했다. 이에 각 단계별 책임자 13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을 받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두 사건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했다.
특수본이 공동정범론(論)에 공들일 수밖에 없는 건 대형 참사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통상 건물 붕괴, 선박 침몰 등의 참사에서 단일한 원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불법 관행 및 부주의 등 크고 작은 고의ㆍ과실이 얽히고설켜 사고를 낸 사례가 많다. 결국 수사기관은 피의자 개개인의 과실과 인명피해 간 인과관계를 각각 입증해야 하는데 난제에 가깝다. 최근 법원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기 전부터 경찰 안에선 “참사 전반의 책임을 이 총경 한 명에게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정범 논리가 성립되지 않으면 대형 재난 사건의 경우 분명 잘못은 있는데 누구도 처벌할 수 없는 ‘공백’ 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4년 세월호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선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기소했고,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났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각 단계 과실이 모이면 선박이 전복돼 승객이 사망할 수 있다”면서 공동정범을 인정했다.
다만 특수본 전략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논리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일부 단계에만 관여한 사람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법원은 과실범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고, 각론에서 경찰의 입증 책임 부담도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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