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영리한 전략 통할까

'영웅', '해운대'·'국제시장' 감독의 새 영화
안중근 역으로 정성화 내세운 이유 "진정성 가장 중요"

'영웅'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CJ ENM 제공

국내에서 뮤지컬은 영화는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지난 9월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뮤지컬 영화' 불모지다. 이러한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노래를 곁들인 '영웅'이 극장가를 찾아간다.

'영웅'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뮤지컬 무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온 정성화를 비롯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등이 이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다.

'영웅'이 더욱 주목받아온 이유는 윤제균 감독의 새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운대' '국제시장'을 통해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러한 윤 감독이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예비 관객들의 기대평이 가득하다.

시사회를 통해 조금씩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단지 동맹부터 이토 히로부미 암살까지 많은 행적들이 담겼다. 안중근 의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시선을 모은다.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투옥된 아들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훌쩍이는 소리가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

'영웅'이 더욱 주목받아온 이유는 윤제균의 새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운대' '국제시장'을 통해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CJ ENM 제공

'영웅' 곳곳에는 영리한 전략들이 돋보인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감정에 이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나와 몰입을 깬다는 의견도, 코믹함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키운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인생은 아름다워'에 유쾌한 지점들이 많았기에 득이 된 지점이다. 진지한 내용이 대부분인 '영웅'에서 관객들이 느끼기에 뜬금없이 음악이 시작됐다면 이는 큰 오점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영웅'은 영리했다. 적절한 송 모먼트는 감정을 극대화했다. 인물들의 마음 표현은 음악으로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노래에 녹아든 의지, 절규 등이 대사의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가며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정성화는 인터뷰를 통해 "윤 감독님과 송 모먼트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노래를 언제 부를지, 어떤 감정으로 시작할지 신경 썼다. 그걸 잘하면 관객들이 '언제 노래를 시작했지?'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영화 안에서 노래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정성화를 안중근 역으로 내세운 점 역시 돋보였다. 올해 극장가는 '멀티캐스팅이 늘 통하진 않는다'는 교훈을 전했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는 류준열 김우빈 기태리 소지섭 이하늬 등 화려한 라인업을 내세웠으나 153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그쳤다. 지난 8월 극장가를 찾은 '비상선언'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송강호 이변헌 전도연 김남길 등 톱스타들이 한 작품에 모였지만 관객 수는 205만 가량이었다.

'영웅'은 정성화를 안중근 의사 역으로 내세웠다. 정성화는 2009년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14년 동안 안중근을 연기해온 배우다. 윤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역할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정성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화의 설명에 따르면 윤 감독은 "난 처음부터 (안중근 의사는) 정성화였다"고 말했다. 티켓파워 대신 안중근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는 배우를 선택한 윤 감독의 똑똑한 전략이었다.

물론 '영웅'에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만두에 대한 노래는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쌍천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는 특별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