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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은 범죄 인식 없는데··· 지원도 훈련도 없는 격리는 사회적 학대"

입력
2022.12.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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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국가인권위원회 공동 포럼]
최장 15년 구금하는 치료감호제도, 반헌법성 지적
발달장애인 12.3%, 선고 형량을 넘겨서 수감 상황
치료는커녕 문제 행동 및 자·타해 증가시키는 효과

우리가 모두 한 번씩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범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어떤 지원과 훈련의 기회도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사회적 감금이자 학대다.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

저금통 몇 번 훔쳤던 지적장애인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도, 아버지의 외면으로 10년을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 갇혀 있었다. 정신연령이 3세 정도인 다른 발달장애인은 행인을 때렸다가 기소는 면했으나 '치료 필요성'을 이유로 그곳에서 4년을 꼬박 갇혀 지냈다.

아이를 넘어뜨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는 구치소와 치료감호소에서 총 2년 6개월가량 갇힌 자폐인도 있다.


중증 자폐인 임동균(가명)씨의 모친 유명숙(가명)씨가 아들이 치료감호소에서 출소한 날(2021년 2월 3일) 찍어둔 사진이다. 그는 아이를 넘어뜨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구치소와 치료감호소에서 총 2년 6개월가량 갇혀 있었다. 자신의 손등과 팔을 뜯는 자해 행동이 악화했다.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은 "범죄가 무엇인지도 인식을 못하는 발달장애인에게 현 치료감호는 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최주연 기자

중증 자폐인 임동균(가명)씨의 모친 유명숙(가명)씨가 아들이 치료감호소에서 출소한 날(2021년 2월 3일) 찍어둔 사진이다. 그는 아이를 넘어뜨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구치소와 치료감호소에서 총 2년 6개월가량 갇혀 있었다. 자신의 손등과 팔을 뜯는 자해 행동이 악화했다.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은 "범죄가 무엇인지도 인식을 못하는 발달장애인에게 현 치료감호는 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최주연 기자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치료감호의 눈물'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접한 치료감호소의 범법 발달장애인 장기 구금 사례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나 발달장애인 중 특수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법무부 산하 교정시설이자 정신의료기관인 이곳에 '최장 15년'까지 수감될 수 있다.

조현병, 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와 달리, 발달장애인은 2차적 증상만 의약품을 통해 조절할 수 있을 뿐 장애 그 자체에 대한 '완치'는 존재할 수 없다. 자·타해, 강박행동 등 도전적 행동은 이를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행동중재' 같은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증 자폐성 장애인 임동균(가명)씨의 모친 유명숙(가명)씨가 지난 4월 서울의 자택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인터뷰 당시 아들은 10개월간 지냈던 병원에서 퇴원 통보를 받고, 모자는 막막한 상황에 내몰렸었다. 유씨는 "아들을 받아줄 시설이 없으면 함께 죽는 길밖에 없다"며 낙심했다. 최주연 기자

중증 자폐성 장애인 임동균(가명)씨의 모친 유명숙(가명)씨가 지난 4월 서울의 자택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인터뷰 당시 아들은 10개월간 지냈던 병원에서 퇴원 통보를 받고, 모자는 막막한 상황에 내몰렸었다. 유씨는 "아들을 받아줄 시설이 없으면 함께 죽는 길밖에 없다"며 낙심했다. 최주연 기자

그러나 현재 치료감호소에는 발달장애 특성에 맞는 적절한 행동치료,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감자 중 일부는 '출소 시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정해진 형기를 훌쩍 넘겨가며 기약 없이 갇혀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97명의 발달장애인이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는데, 이 중 49명(12.3%)이 선고 형량을 넘겨서 수감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주관으로 지난 14일 열린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범법 발달장애인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인력과 프로그램이 없는 지금의 환경에서 치료감호소 수용은 문제적"이라고 꼬집었다.

"대안 있는데도 최장 15년 구금, 반헌법적"

14일 열린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에서 임한결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15년 상한 내에서 형기와 상관없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치료감호 선고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14일 열린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에서 임한결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15년 상한 내에서 형기와 상관없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치료감호 선고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발제를 맡은 임한결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문제의 출발점은 치료가 불가능한 발달장애에 대해 치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아이러니(역설)"라고 지적했다. 장애로 인한 2차적인 행동문제는 특수치료, 부모교육, 행동요법 등을 통해 '조절'할 문제이지, '장애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치료감호가 아닌, 가족이나 지역사회 돌봄하에 적절한 개입을 받으며 살아갈 대안이 있는데도 15년 상한으로 가둬두는 제도는 헌법 위배"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범법자가 사회에 머무르면서 통원치료와 관리를 받는 '치료명령 제도'를 언급하며 "법원은 발달장애인 범죄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명령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문성 있는 의료 인력 부족 △관성적인 정신과 약물 처방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프로그램 부재 △과밀수용 등 열악한 수용 환경 등을 치료감호소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장은 "(치료감호소 관할 부처인) 법무부에도 함께 대안을 마련해가자는 취지로 참가 요청을 했으나 진행 중인 소송을 이유로 거절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3개 프로그램 지원 영국 장애인, 10년째 자립

영국 리즈대학교의 앤드리아 홀로모츠 교수가 소개한 지적장애인 '데릭'씨의 영상. 몇 년간 병원 생활을 했던 그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거주 공간 지원과 24시간 지원을 받으며 자립해 살아가고 있다. 데릭은 자신이 '1등급 돌봄'을 받고 있다면서,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말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영국 리즈대학교의 앤드리아 홀로모츠 교수가 소개한 지적장애인 '데릭'씨의 영상. 몇 년간 병원 생활을 했던 그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거주 공간 지원과 24시간 지원을 받으며 자립해 살아가고 있다. 데릭은 자신이 '1등급 돌봄'을 받고 있다면서,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말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유럽 국가들은 발달장애인 범법자를 위한 보다 개별화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출소 후에도 복지·지원 서비스와 적극적인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스페인 발달장애인 지원단체 네트워크 '플레나 인클루시온'(Plena inclusión·완전한 통합)의 이네스 데 아라오즈 산체스-도피코 법률고문은 "스페인은 형사책임이 없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단순한 구금이 아닌) 교도소 내 정신의학과 병원이나 교화센터에서 조치를 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1995년부터 법에 따라 부과된 형량보다 더 긴 기간 이런 조치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지적장애인 수감자와 출소자를 위한 범죄 예방·지역사회 재통합 프로그램이 14개 지역에서 총 1,413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적장애인의 증언 청취를 위한 도구 개발 △약물 복용 지적장애인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 운영 △지적장애인 출소자를 위한 맞춤형 고용 지원 등 민·관·학이 협력하여 새로운 시도들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산체스-도피코 법률고문은 스페인도 여전히 지적장애인 범죄자의 상당수(90.2%)가 '자유박탈 징역형'을 받고 있고, '보호조치'는 5% 남짓이라고 설명하면서 "불필요한 수감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도 개선해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앤드리아 홀로모츠 교수는 발달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사전, 사후적 '위기 관리'(Risk management)가 가능한 것은 영국의 의료·사법·사회복지 시스템이 연계 지원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영국 리즈대학교의 앤드리아 홀로모츠 교수는 발달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사전, 사후적 '위기 관리'(Risk management)가 가능한 것은 영국의 의료·사법·사회복지 시스템이 연계 지원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영국 리즈대학교의 앤드리아 홀로모츠 교수는, 교도소 출소 후 15년째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10년째 자립생활 중인 지적장애인 '이안'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와 유사한 돌봄 지원을 주 2회 받고 있고, 지역사회 내 지적장애 지원팀으로부터 5주에 한 번씩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지원을 받는다. 과잉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동료지원 그룹'의 도움도 받고 있다.

지적장애인 '데릭'씨 또한 몇 년간 병원 생활을 했다가 현재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거주 공간 지원과 24시간 지원을 받으며 자립해 살아가고 있다.

홀로모츠 교수는 "데릭과 이안 모두 지금의 돌봄이 없었다면 병원이나 감옥으로 (다시) 가게 됐을 수 있다. 지역사회가 여러 지원을 한 결과 직장생활과 자립생활이 가능했다"면서 "사람마다 개인 특성에 맞는 다각도의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고, 한 가지 해결책만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죄 인식 없는데 단순 감금, 증상만 악화”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교정시설 내 장애인 복지전문인력을 의무 배치해야 한다"며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개별지원 계획을 수립, 훈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교정시설 내 장애인 복지전문인력을 의무 배치해야 한다"며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개별지원 계획을 수립, 훈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께걸음 유튜브 캡처

각계 전문가들은 이어진 세션2 토론 시간에서, 발달장애인 범죄자의 재범 예방과 사회 복귀를 위한 여러 대안들을 제시했다.

조인영 변호사(공익인권법 재단 공감)는 '형사절차 제도 내 복지부서 마련'을 제안했다. 그는 "현 수사단계에서 '발달장애인 전담조사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불기소 처분이나 집행유예 판결로 (발달장애인이) 수감되지 않는 경우엔 사회복귀를 위해 복지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연계할 부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정 어깨동무연구소 소장(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관점을 바꿔서 범법 발달장애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치료감호소에 갇힌 상황은) '여기가 어디지' '왜 내가 여기있지' '이 사람들은 누구지' 모든 게 낯설고, 두렵고,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자·타해 같은 도전적 행동이 증가하고 우울감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도리어 문제행동이 나빠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발달장애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법을 통해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본인의 욕구와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훈련시켜 범죄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며 "범죄가 무엇인지도 인식 못하는 발달장애인에게 현 치료감호는 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법무부와 복지부 간 연계 체계 마련 △교정시설 내 장애인 복지전문인력 의무 배치 △교정공무원 대상 발달장애인 이해 교육 △출소 이전 자립지원 계획 수립 및 복지자원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치료감호소도 (다른 교정기관처럼) '치료 프로그램' 운영보다 '약물'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문가 풀이 넓은 서울과 달리 치료감호소(충남 공주)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행동치료가 가능한 전문가를 구할 수 있을지, 치료감호소가 그러한 채용 필요성은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관련법 발의…"복지 연계한 형사정책 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 의원은 지난 12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형사 정책 마련과 교정시설 내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해 발달장애인법 및 형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 의원은 지난 12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형사 정책 마련과 교정시설 내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해 발달장애인법 및 형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에는 치료감호소를 비롯한 교정시설 내 범법 발달장애인의 재범 방지와 예후 개선을 위한 지원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최혜영 의원은 12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형사정책을 마련하고, 교정시설 내 장애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발달장애인법 및 형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은 범법 발달장애인에 대해 보호관찰 및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법제화하고, 발달장애인 개인 특성에 맞는 교정계획의 수립·시행, 교정 프로그램의 개발·제공 지원이 골자다. 형집행법 개정안은, 교정시설 내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재활·교육 등을 진행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고, '형집행 및 수용자 처우 기본계획' 수립 시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노인·소년 수용자의 처우와 적응 프로그램 추진 방향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의학적인 치료 대상이 아닌 사람을 치료 역량도 되지 않는 기관에 수용하는 것은 형벌이나 치료가 아닌 국가폭력"이라며 "발달장애인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위해 보호관찰 및 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적극 활용해 외부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한 형사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감호의 눈물' 전체 기사 바로가기: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www.hankookilbo.com/Collect/7513)로 검색해주세요.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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