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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오디션 수없이 탈락... '재벌집'으로 날개 달다 [인터뷰]

입력
2022.12.26 21:10
수정
2022.12.27 10:52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수없이 많은 오디션들이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몇 번을 봐도 접해도 아프게 느껴지는 '탈락'이라는 글자를 되뇌면서 스스로의 잘못을 찾으려 애썼다. 배우 박지현은 그렇게 몇 차례의 아픔을 더 겪은 후에야 그저 자신과 캐릭터의 이미지가 맞지 않았을 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편해진 마음으로 나아가던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에 캐스팅됐는데 그곳에는 과거 인연을 맺은 연기 선생님이 있었다. 다시 만난 선생님 조한철은 여전히 따뜻했다.

박지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모습을 담은 판타지 회귀물이다.

서민영 혹은 레이첼 될 뻔했던 박지현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모현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모현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무엑터스 제공

어쩌면 우리는 박지현 표 모현민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가 대본으로 받았던 역할은 3개다. 모현민을 비롯해 신현빈이 연기한 서민영과 티파니 영이 소화한 레이첼도 있었다. 박지현은 "오픈 오디션을 봤다. 내가 받은 캐릭터들 연기를 준비해 갔는데 현민이만 시키시더라"고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감독은 박지현이 과거 출연했던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재밌게 본 상황이었다. 감독은 "진취적이고 야망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박지현은 그 요구에 따라 연기를 준비했다. 그렇게 박지현은 지금의 모현민을 만나게 됐다.

모현민의 매력은 박지현이 대본을 접했을 때부터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삶을 모현민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는 박지현은 맡은 역할을 표현하며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덜어내려 애썼다. 모현민이 가진 패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는 모현민과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는 그는 욕망과 열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 자신이 털털하며 모현민만큼 야망에 충실하진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박지현과 모현민의 공통점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 모현민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 모현민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물론 박지현과 모현민이 닮은 지점도 있다. 박지현은 자신이 모현민처럼 옷을 좋아한다고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위해 빈티지 숍에서 직접 옷을 구입했다고도 밝혔다. 스태프들과 스타일리스트들은 1980~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패션쇼를 많이 찾아봤다. 박지현은 "유행이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면서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패션을 보고 감탄했던 때를 떠올렸다. 모현민의 의상은 많은 이들의 노력 속에서 탄생했다.

박지현은 손톱에까지 신경을 썼다. 그는 "매 신마다 화장,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어울리게 손톱을 스타일링했다. 매번 뗐다 붙였다 해서 손톱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독특하게 생긴 모자를 구입하기도 했단다. 모현민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은 박지현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현민이를 꾸미고 스타일링했죠."

연기 선생님 조한철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에게 '재벌집 막내아들'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조한철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이 작품에서 진동기로 분했던 조한철을 언급하며 "내 연기 선생님이셨다. 데뷔하기 전에 선생님께 연기 레슨을 받았다"고 했다. 마지막 레슨 당시 조한철은 박지현에게 "이제 우리 현장에서 보자"고 이야기했다. 조한철의 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박지현은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에도 선생님과 같이 출연했는데 그때는 붙는 신이 많지 않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독대 장면도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만난 조한철은 박지현에게 큰 힘을 줬다. 대선배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박지현은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 속에 긴장감을 품고 있었는데 조한철은 그가 더욱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위 선배들에게 박지현을 칭찬해 주기도 했다. 박지현이 "한철 쌤(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조한철은 "야, 무슨 선생님이야. 우리 이제 동료야"라고 답했단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애정과 신뢰가 묻어나는 지점이다.

박지현이 계속 해온 놀이

박지현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지현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나무엑터스 제공

자신감 넘쳐 보이는 박지현이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박지현은 "과거 수없이 많은 오디션에서 탈락하면서 그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찾았다. '난 아직 부족한가' '준비가 안 됐나' '이미지적으로 예쁘지가 않나' 같은 생각들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 그의 내면은 더욱 성숙해졌다. 박지현은 "오디션이 장점, 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게 아니라 감독님 생각 속에 있는 캐릭터와 닮은 이미지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순간 그냥 '내가 이 캐릭터와 안 맞나 보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 후에는 더 편하고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단단해진 박지현은 꾸준히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돈,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연기 그 자체가 정말 재밌어서 평생 하고 싶단다. 그에게 연기는 어린 시절에도, 지금도 아주 즐거운 놀이다. "어린 시절 언니, 동생과 울고 웃으며 역할극 놀이를 많이 했어요. 연기를 할 때 전 동심으로 돌아가요. 그 시절의 마음으로 촬영하는데 세트도, 조명도 있고 돈까지 받잖아요. 너무 좋은 직업을 만난 듯해요. 물론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 마음가짐은 조금 다르지만 제게는 아직도 즐거운 놀이에요."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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