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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직관' 국회의원 카타르 출장, 군소정당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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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경기 관람이 포함된 한·카타르의원친선협회 임원진의 카타르 출장을, 부회장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비롯해 다른 회원들 아무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임원만 동반 출장을 다녀오면서 소속 정당이 다른 임원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셈이어서, '소수 정당 패싱'이란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카타르의원친선협회 회원은 모두 7명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회장, 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용 의원이 부회장을 맡고 있고, 윤후덕 홍기원(이상 민주당) 김선교 백종헌(이상 국민의힘) 의원도 회원이다.
그러나 출장 당사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은 출장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한 회원은 "출장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고, 다른 회원도 "모른다"고 했다.
부회장인 용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용 의원은 "(이채익·전용기 의원이) 출장 다녀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주한카타르대사관이 자국 통일을 기념하는 국경일(내셔널데이)에 맞춰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행사에는 임원진 3명이 모두 참석했던 것과도 대조된다.
이는 의원친선협회가 말 그대로 친선 교류단체이다 보니 협회 운영 지침 또는 규정이 없는 데서 비롯된 문제로 추측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차원의 의원친선협회 운영 가이드라인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국회에 따르면 의원친선협회는 115개에 이르고, 각 단체 임원진은 회장 1명, 부회장 2명으로 구성된다. 협회가 해외 출장을 갈 경우 의석 비율과 한정된 예산 등을 고려해 대개 여야 1명씩 2명이 가고, 누가 갈지 등 주요 의사결정을 회장이 주도한다는 게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전용기 의원도 "회장인 이채익 의원이 '11월 26~29일 출장 가는 일정이 가능하냐'고 물어봐 제가 '시간이 된다'고 답해 가게 됐다"며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다른 회원들에게 알렸는지는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채익 의원실 관계자도 "2명만 출장이 가능하니 의원님이 의석이 많은 순서에 따라 전 의원과 먼저 통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통화가 안 돼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의 적절성 등을 사전에 살펴보는 자문기구인 '의원외교활동자문위원회'의 한 자문위원도 "출장의 목적, 초청장 등 증빙서류, 현지 일정, 출장자 여야 구성 비율 등을 검토해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주로 따져 본다"며 "출장자 결정 방식이나 일정 공유 여부 등은 협회 내부 일이라 알 수 없고,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은 자문위 의견을 참고해 국회의장이 최종 결정한다.
물론 "꼭 알려야 할 의무도 없고, 출장에 동행하지 못하는 다른 의원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중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95.0%(284명)를 차지해, 각 친선협회 임원 모두가 두 정당 소속인 경우가 많아서다. 여야 1명씩 가야 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명씩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진에 비교섭단체나 무소속 의원들이 포함됐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카타르 출장처럼 '외유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내세우는 명분인 '국익을 위한 의원 외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의원은 "출장을 같이 가고 못 가고를 떠나 협회 임원으로서 중요 사항 결정에 참여하거나 정보 공유도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협회 운영에서도 소수 정당과 소통의 필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월드컵이 한창 진행될 때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카타르 출장길에 올라 축구 경기를 관람해 외유성 논란을 낳았다. 야당 국회의원 3명은 지난해 11월 21~26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출장 중에 한국 대 우루과이 경기를 직관했다. 당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인증샷을 올려 누리꾼들로부터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카타르의원친선협회의 이채익, 전용기 의원도 같은 달 26~29일 카타르 출장길에 한국 대 가나 경기를 관람했다. 이 의원은 당시 서울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현안을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이었다.
이 의원과 전 의원의 카타르 출장에는 모두 2,804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국회가 29일 공개한 '한·카타르의원친선협회 상대국 공식방문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외업무 여비로 2,342만 원(항공료 1,433만 원, 숙박비 686만3,000원, 일비식비 214만 원 등), 사업추진비로 462만 원(행사비 317만6,000원, 선물비 130만9,000원 등)의 예산이 소요됐다. 국회 관계자는 "공무원 여비지급 규정을 준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1월 26일 0시 25분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에 현지시각으로 오전 5시에 도착해 귀국길에 오른 마지막 날(29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3일간의 일정을 수행했다. ①도착 당일에는 대한축구협회 오찬간담회,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홍보관 방문 및 한국관광공사 만찬간담회 ②둘째 날(27일)에는 카타르 측 의원친선협회장 면담, 현대건설 루사일 플라자 타워 건설현장 방문, 카타르 진출 기업인 만찬 간담회 ③셋째 날(28일)에는 카타르국립박물관 방문, 한국 대 가나전 월드컵 경기 관람, 주카타르한국대사 주최 만찬을 소화했다.
국회의원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카타르 측 의원친선협회장을 만나 양국 간 가장 교류가 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과 비에너지 분야 한국기업 수주 지원 등을 요청한 둘째 날을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출장의 주요 목적인 현지 인사들과의 친선교류보다는 관광에 더 가깝지 않나"라고 말했다. 협회는 "(카타르의 공식 초청을 받은) 한·카타르 의원친선협회 출장은 공식 '의원 외교'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주요 성과로 '의원친선협회 구성 이후 첫 공식 방문'을 꼽으며 "대표단을 크게 환영하며 대표단의 전 일정을 외교부 의전관이 조율 및 수행하며 지원했다"고 쓰기도 했다. 주카타르한국대사관 직원들 역시 주말(26, 27일)에 방문단을 수행했다. 월드컵 기간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교부 공무원임을 인증한 누리꾼이 "국회의원들 연말 해외출장 너무 심하다. 억지로 공식일정 짜내라 하고, 놀러 와서 공관 차량에 기사들 붙여 관광지 공짜로 놀러 가려 하고, 공관 직원들 주말에 불러낸다"는 비판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이 글에는 "우리 공관 얘기하는 줄"(외교부 직원), "해외출장은 지돈지산 해야지 너도나도 가려고 내부에선 얼마나 더 볶는지 진짜 공황 올 것 같다"(국회사무처 직원) 등 동조하는 여러 댓글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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