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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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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오늘부터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올 상반기 누리호가 한 번 더 날아오른다. 이 세 번째 발사에 우리 우주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실제 운용할 위성이 실리고, 민간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해 기술을 이전받는다. 1, 2차 발사는 사실 리허설이었다. 2027년까지 4번 더 쏴 보면서 누리호를 고도화해 발사 비용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여 우주산업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누리호는 달 착륙선을 싣기엔 작고 성능도 부족하다. 목표대로 2031년 달에 우리 착륙선을 보내려면 차세대 발사체가 필요하다. 이걸 개발하는 데 올해부터 10년간 2조132억4,000만 원을 들이기로 했다. ‘돈 버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고도화와 차세대 발사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 일할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떻게 진행해야 다 성공할 수 있을까.
경험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누리호를 만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자들은 한국형 발사체개발사업본부라는 단일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모두 ‘올인’해 누리호를 성공시켰으니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업 성격이 다른 데다 특히 차세대 발사체는 전원이 전력투구해도 될까 말까 한 도전이라서다.
반면 항우연 한편에선 변화를 주문했다. 발사체연구소라는 큰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 고도화 사업단과 차세대 발사체 사업단을 둬 동시에 끌고 가보자는 것이다. 정해진 인원으로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려면 구성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어느 쪽이든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예상에서다.
항우연 경영진은 변화를 택했다. 지난달 발사체연구소 중심의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차례로 진행했다. 급작스런 변화는 갈등을 불렀다. 누리호 개발진 일부가 보직까지 사퇴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엄청난 압박감을 견디며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을 갖춰 놓았는데, 그걸 확 바꾼다니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안들이 나왔다. 기존 조직으로 누리호 3차 발사부터 집중하고 나서 차세대 발사체 조직을 꾸리자, 누리호 발사를 서너 번 성공시켜 안정화한 뒤 발사체연구소 체제를 도입하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예산 집행이 확정된 차세대 발사체 사업을 미루기 어려운 데다 새해 들어 개편된 조직으로 운영을 시작한 마당에 이제 와 되돌릴 순 없다며 난감해했다.
조직개편 전 개발진과 충분히 소통했으면 불거지지 않았을 문제 아니었을까. 경영진은 오래전부터 상의했다 하고, 개발진은 아니라고 한다. 어디서든 오래된 조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 조직이 큰 성공을 거뒀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니 소통은 많을수록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우주개발사에서 한 번쯤은 겪어야 할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재에 나섰고, 보직 사퇴서를 냈던 개발자들도 다시 출근한다 하니 곧 봉합되리라 믿는다. 가장 뼈아픈 건 이번 갈등이 구성원을 통해 기관 외부로 드러난 과정이다. 박수와 기대를 받던 조직이 졸지에 내홍에 휩싸인 모습으로 기억됐다.
지난해 9월 ‘우리는 로켓맨’이란 책이 나왔다. 누리호를 발사대에 세우기까지 항우연 개발진이 겪은 희로애락이 담겼다. 로켓맨들의 노고가 기술 외적인 문제로 폄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누리호도 다누리호도 없었다. 로켓맨들이 우뚝 서야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성공했던 방식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신냉전 시대의 우주개발에는 때로 과감한 시도도 필요할지 모른다. 로켓맨들은 "우리에겐 반드시 가야 할 누리호 ‘그다음’이 있다"고 책에 썼다. ‘그다음’은 가 보지 않은 길이고, 그 길에 어차피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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