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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주인공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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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빅쇼트(Big Short)’에서 실존 인물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 사이언에셋 창업주는 미국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던 2005년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동업자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평균 세후 소득이 동일한데 주택가격만 올랐다면 그건 자산이 아니라 빚이죠.”
그는 투자은행들의 코웃음에도 주택시장 폭락에 베팅을 하고 부실 모기지 채권의 대규모 공매도, 빅쇼트에 나선다. 2년 뒤인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버리는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미국의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버리의 경고가 잦다. 그는 연말 트위터에 “당국이 경기 침체를 끝낼 방법이 없다. 진짜 장기 침체를 보고 있다”고 적었다. 연초엔 “침체를 어떻게 정의하든 미국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거듭된 부인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조만간 금리를 낮춰 결국 또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도 했다.
□최근엔 과거 ‘불 트랩(bull trap)’ 차트를 공유하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불 트랩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것처럼 믿게 만드는 자산 가격 움직임의 함정이다. 버리가 공유한 차트는 S&P500 지수가 닷컴버블로 단기 저점을 찍은 후 25%까지 상승했던 2001년 9월 이후 주가 흐름이다. 당시 주가는 일시 상승 뒤 40% 이상 폭락했다. 최근의 미국 증시 상승랠리가 결국 급락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인데, 그는 ‘아마도(Maybe)’라고 적었다.
□버리의 예측이 늘 맞지는 않았다. 테슬라 주가가 800달러(액면분할 전)를 웃돌던 2021년 2월 그는 주가 폭락을 경고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서자 “더 이상 하락에 베팅하지 않는다”며 백기를 들었다. 지난 1일엔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 트위터에 ‘매도하라(Sell)’ 한 단어를 올렸다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성 발언에 증시가 상승하자 계정을 삭제했다. 버리의 영민함이 예전만 못한 건지, 탐욕적인 공매도 투자자의 본모습인 건지 알 수 없다.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의 눈이 멀어 있는 게 아니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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