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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이 게임만 하던 사람들이 e스포츠의 길 열었습니다...지금도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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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극적 콘텐츠와 '논란'의 이미지가 강했던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분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방송인(BJ)이 참여하는 '스타크래프트 재유행'이 불붙었고 현재는 '마인크래프트'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년 이상 된 게임인데도 한 번쯤 해 봐야 할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BJ들의 자발적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TV와 e스포츠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채정원 부문장의 지원으로 결실을 맺은 면도 있다. 아프리카TV는 프로게이머가 참여하는 최고 수준 게임리그와 '멸망전' 등 BJ들이 자발적으로 아마추어 수준의 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할 때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채 부문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프로게이머와 게임 해설자를 거쳐 국내 최대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운영팀장을 맡았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e스포츠에서 가장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사람이다. 7일 서울 삼성동 아프리카TV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e스포츠를 아직도 "신기하다"고 했다. "지금도 1세대 친구들을 만나면 철 없이 게임하던 사람들이 e스포츠라는 길을 밝히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얘기합니다."
채 부문장은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이 나오기 전부터 게임대회에 선수로 나섰다. 1999년 우후죽순 생겨난 PC방 개최 게임대회를 시작으로 '닷컴 열풍'으로 등장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수백, 수천만 원을 상금으로 건 시합까지 출전해 여러 차례 입상했다. "상금이 커지니까 프로 리그로 커질 수 있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죠. 그런데 웃자고 한 얘기가 진짜 산업이 된 겁니다."
해설의 길로 들어선 계기도 우연이었다. "2000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열린 게임 대회에 나갔다가 떨어졌죠. 주최 측에서 해설할 사람을 급히 찾아서 하게 됐는데 반응이 좋았고 게임전문 채널 온게임넷의 메인 캐스터였던 정일훈 캐스터가 방송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말하는 데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e스포츠가 처음으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이후 8년 가까이 온게임넷의 게임 대회 해설을 맡으며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0년 곰TV에 들어가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인 'GSL'의 운영을 책임진다. "프리랜서로서 한계를 느끼던 때 배인식 곰TV 대표님과 오주양 상무님이 해설과 운영팀장을 같이 해 보면 어떻겠냐며 기회를 줬죠. 힘들었지만 시너지도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서수길 전 아프리카TV 대표의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기면서 지금의 자리를 맡았다.
채 부문장의 역할 변경은 e스포츠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대회 규모가 불어날 때 선수로, 게임 방송이 태동할 때 해설자로 뛰었다. e스포츠의 중심이 온라인과 개인방송으로 바뀌는 시기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겼다. 그는 "흐름이 바뀔 때마다 절 이끌어주신 분들이 계셨고 거기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게 기회와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합류한 2015년 이후 아프리카TV는 스타크래프트 리그(ASL)를 직접 열었고, 곰TV로부터 GSL 개최도 이어받았다. 크래프톤의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 프로 대회도 주관하고 있다.
채 부문장은 "리그의 권위가 중요했던 e스포츠의 흐름이 바뀐 것"이라며 "개인방송에서 대회를 여는 것이 훨씬 빠르고, 더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부터 큰 대회에 가는 대신 개인 채널에서 가능성을 보고 큰 대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TV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도 한 예로 볼 수 있다.
이는 'e스포츠의 지속'이라는 채 부문장의 목표와도 닿아 있다. 그는 "후진 양성하고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후배들은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종류의 게임 리그 방송이 아프리카에서 이어지고 프로게이머가 은퇴한 후에도 BJ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느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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