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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긴축 공포, 경기는 시계제로... 고민 커지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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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또다시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이 연장될 것이란 우려가 급부상하는데, 고질적인 가계 부채 그리고 최근 짙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그림자 때문에 미국을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이달 초만 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분위기가 강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속도는 더디지만 물가 하락 경로가 대체로 한은 전망에 부합해서다.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확신과 함께, 한은이 금리 인상의 명분을 잃었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 발표한 거시경제 지표들이 모두 물가 재상승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고용과 소비 증가세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고, 1월 생산자물가까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증가폭(0.7%)도 지난해 6월(0.9%) 이후 가장 컸다. 연준이 다시 긴축 고삐를 바짝 당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시장은 공황에 빠졌다. 설상가상 생산자물가 발표 직후 연준 위원들이 "3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최종금리 6%'에 베팅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그러자 17일(한국시간) 뉴욕 3대 증시는 모두 1%대 하락 마감했다. 강달러의 귀환에 원·달러 환율은 1,299.5원으로 치솟아 1,3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환율이 1,220.3원까지 떨어졌던 2일 대비 상승폭은 80원에 이른다.
실제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더 인상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2000년 1.5%포인트 이후 역대 가장 큰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계적으로 얼마 이상 벌어지면 위험하다는 이론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다시 놓였다.
복병은 경기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데다, 1월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해 2, 3분기 내수를 떠받쳤던 민간 소비도 둔화 추세다. 이 총재가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더 낮출 수 있다고 예고한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한 가운데, 한은의 수정 전망은 금통위 당일 함께 나온다.
시장은 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단, 미국의 긴축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 총재의 발언은 매파적일 것이라고 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은 통화정책 완화로 해석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 자칫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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