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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가방끈 길어도... '삶의 질' 뒤처지는 한국

입력
2023.02.20 15: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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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
소득 늘었지만, 가계빚 두 배
주요국 41개국 중 32위 그쳐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한 경제 규모와 달리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기대수명, 교육수준 등이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으나 한국에서 사는 건 주요국보다 만족스럽지 않거나 덜 행복하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20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는 건강, 여가, 교육, 주거 등 11개 영역의 71개 지표를 통해 삶의 질적인 면을 진단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객관적 지표만으론 삶의 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소득 만족도, 주거환경 만족도 같은 주관적 지표도 함께 다룬다.

최신 수치를 반영한 62개 지표 중 47개 지표는 전년 대비 나아졌다. 비만율, 1인당 여행 일수, 사회단체 참여율 등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악화한 지표들이 소폭 개선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21년 3,949만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6%(172만 원)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비율 등 전년보다 퇴보한 지표도 17개로 적지 않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빚을 의미하는 가계부채비율은 2021년 206.5%로 전년과 비교해 8.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에서 세금, 연금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손에 쥔 자금의 두 배 이상이 빚이란 얘기다.

가계부채비율이 2008년 138.5%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 역시 가파르다. 2010년대 후반 부동산 급등기에 늘어난 '영끌족'이 가계부채비율을 올린 주요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OECD 회원국 38개국 중에선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았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1년 아동 10만 명당 502.2건으로 전년 대비 100건 뛰었다. 코로나19 시기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동시에 아동학대 신고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살률, 독거노인 비율 역시 전년보다 악화했다.

삶의 질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졌다. OECD가 공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BLI)' 순위를 보면, 41개국(회원국+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운데 32위에 머물렀다. 장기 실업률(2위), 기대수명(5위) 등은 다른 국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가 35위에 그쳤고, 장시간 근로(37위), 대기오염(40위) 등은 최하위였다

다른 삶의 질 지표인 인간개발지수(HDI)는 OECD 회원국 중 16위로 비교적 높았다. 이 지수는 기대수명, 기대교육연수, 평균교육연수, 1인당 국민총소득(GNI) 등 객관 지표 4개만 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객관 지표로만 평가하면 한국은 살기 좋으나, 실제 한국인이 받아들이는 삶의 질은 다른 국가에 뒤처진다는 뜻이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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