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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 속으로···지구·시간 여행' 지오투어리즘이 뜬다

입력
2023.02.22 21:58
수정
2023.02.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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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나이테' 의성지질공원
<중> 국가지질공원과 지오투어리즘


국내 13개 국가지질공원 인증
자연 보존과 지속 가능한 활용 병행
의성군 등 지자체 고 신청 이어져
새로운 관광·여행 패러다임으로 떠올라

경북 의성군을 비롯 지자체들이 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에 나선 가운데 생태를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관광·교육 등에 활용하는 지오투어리즘이 새로운 여행·관광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점곡리 퇴적층. (사진 제공=의성군)

경북 의성군을 비롯 지자체들이 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에 나선 가운데 생태를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관광·교육 등에 활용하는 지오투어리즘이 새로운 여행·관광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점곡리 퇴적층. (사진 제공=의성군)

현재 국내에는 네 곳의 세계지질공원을 포함해 열세 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이들 지질공원에는 모두 215개소의 지질 명소가 있다. 올해 초 경북 의성 등 지자체가 국가지질공원 인증 추진에 본격 나셨다. 2010년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고 2012년 국내에도 국가지질공원제도를 도입해 지질공원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가지질공원 인증·신청이 늘고 있다. 지질공원과 지질 명소는 전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지질 유산의 다양한 형태

지질 유산(geological heritage, geoheritage)은 학술적 가치와 보존 가치가 높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적 가치를 갖는 곳이다. 지질 유산은 천연기념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국가지질공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정해 보전․관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세계자연유산은 보호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지만 천연기념물, 세계지질공원, 국가지질공원은 보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반에게 지질학적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49조 1항에서도 천연기념물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들에게 공개하여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제주도는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다른 지역에 비해, 체계적으로 운영 ․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 추진 과정과 재인증 과정에서 지질유산 교육 부분에 교육프로그램의 부재, 환경 교육과 지질 관광의 부족에 대해서 보완 사항으로 지적을 받았다.

지오트레일이란?

한국환경연구원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세계·국가지질공원을 지오트레일로 지정하여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오트레일은 자연 보전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지역경제 발전에도 가시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환경연구원은 2014년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통과하면서 국내 지질유산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지질유산의 관리 수준과 인식도 향상됐음을 지적하면서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제주도는 브랜드 가치가 더욱 증대하고, 이를 이용하여 고품격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했음을 사례로 들었다.

지금은 지질유산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병행하는 다양한 활용 방안을 더욱 모색할 때다. 이와 관련해 지오트레일이 지질공원과 어울려 자연이 준 천혜의 경관을 지켜가면서 관광자원화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오트레일을 국가 제도로서 도입하고 여행·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오투어리즘(지질 탐방 여행·관광)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오트레일(geotrail)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탐방 대상으로 하는 탐방로에 대한 총칭이다. 지질, 생물, 역사, 문화, 고고 등 생물과 무생물, 인간을 포함하는 탐방로다. 지오트레일에서 ‘geo’는 지구, 지질(geology), 지리(geography), 기하(geometry), 측지(geodesy) 등 지구와 관련된 용어로 지질, 지형, 지리, 지구에 대한 것을 포괄한다.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치선리 베틀바위.(사진 제공=의성군)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치선리 베틀바위.(사진 제공=의성군)


국가 지오트레일의 특성

국가 지오트레일은 우수한 경관자원을 누구나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연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보전 활동을 통해서도 지역 주민의 소득이 증대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체계적 지원해 활용성을 높인다. 지오트레일은 아래의 6가지 특징을 가진다.

▲ 대중성; 일반인이 지오트레일을 통해 지질유산과 지질명소, 지질공원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한다.

▲ 연계성: 지역의 지질유산과 생태, 고고, 역사, 문화 자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 보전성: 탐방로 내에 위치한 지형·지질유산과 기타 자원들을 훼손, 멸실, 변형으로부터 보전·관리한다.

▲ 경관성: 탐방로 일대의 주변 자연환경과 경관의 감상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 교육성: 탐방로의 이용을 통해 지질유산과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경제성: 해당 지역의 탐방로로 활용하는 경제 효과를 통해 지역의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

지오트레일의 도입 배경과 필요성

생태관광은 지속 가능한 관광의 대표적인 사례다. 생태계 보전의 틀 속에서 관광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대안적 관광의 형태다. 생태관광은 환경보전과 지역 주민 복리 증진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여행으로, 생태자원의 이해를 통해 자연환경의 보전 의식을 고취하는 교육 목적의 관광이다. 즉 생태관광객은 신비로운 생태계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지만 부수적으로 그러한 생태자원을 근간으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의 삶의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지오투어리즘은 다변화된 관광의 수요에 맞추어 주목받기 시작한 관광의 형태다. 지오투어리즘(geotouroism)은 지질적 특성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지질관광’으로, 문화나 고고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등도 포함하는 경우에는 ‘지오관광’, ‘지오투어리즘’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지오트레일 운영 사례

▲ 제주도 지질탐방로

제주도는 최근 2014년 9월 캐나다 스톤해머에서 열린 제6차 세계지질공원 총회에서 재평가를 거쳐 기존의 9개의 지질명소를 12개로 늘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재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제주도는 국내 유일의 세계지질공원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에서 3관왕이 됐다. 제주도에서는 지질공원의 실질적 운영 효과를 위하여 지역별로 지오트레일을 조성하여 수월봉 지오트레일, 산방산‧용머리 지오트레일, 김녕·월정리 지오트레일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수월봉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후 최초로지질트레일 코스를 개발하여 2011년부터 현재까지 트레일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제주도 서쪽의 수월봉 일대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주로 낚시꾼들만 방문했으나 현재는 지질학적으로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쇄설암층에 보존된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로 인해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로 잘 알려져 있다.

수월봉 지오트레일 코스는 3가지 코스로 구분하는데 수월봉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갱도진지를 비롯, 화산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수월봉의 화산재 지층을 비롯 가마우지를 만날 수 있는 해안을 따라 당산봉수까지 둘러볼 수 있다.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석탑리 누룩바위. (사진 제공=의성군)

경북 의성지질공원의 명소인 석탑리 누룩바위. (사진 제공=의성군)


▲ 부산국가지질공원 지오트레일

2013년 11월 인증 받은 부산국가지질공원은 총 12곳의 지질명소 중 낙동강 하구, 송도반도, 태종대, 오륙도-이기대 그리고 금정산의 5개 지질명소에 지오트레일이 개발되어 있다.

낙동강 하구 지질명소에 개발되어 있는 탐방로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현생 삼각주와 다양한 연안 퇴적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당겨열림형 구조분지인 다대포분지에 위치하는 송도반도 지질명소는 지질탐방로를 따라 백악기말 한반도 남동부의 지각변형사, 퇴적환경, 지구조환경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지질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 청송국가지질공원 지오트레일

2014년 3월 국내서 네 번째로 인증받은 청송국가지질공원은 비교적 작은 면적(151.34㎢)에도 다양한 지질과 높은 지형학적 가치를 지닌 17개의 지질명소들이 분포하고 있다. 청송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는 기암단애, 급수대,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연화굴, 무장굴, 주왕굴, 주방천 페페라이트, 달기폭포, 노루용추, 청송 얼음골, 구과상 유문암, 방호정 퇴적층, 백석탄, 신성 공룡발자국, 청송 자연휴양림 퇴적층 등 17개소가 있다. 아울러 청송국가지질공원에는 주방계곡 지오트레일(4.5㎞), 신성계곡녹색길 지오트레일(12.4㎞), 청송자연휴양림 지오트레일(5.5㎞), 낙동정맥트레일 지오트레일(64.6㎞) 등 4개의 지오트레일 코스가 있다.

국가 지오트레일의 성공을 위하여

현재 생태탐방로가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지질특성이 미흡해 지질특성을 고려한 지오트레일 제도가 필요하다. 우수한 지질유산이 있지만 재정 여건이 여의치 못한 지역은 그 활용의 기회가 적다. 따라서 지역 거점형 공간적 형태의 지질공원과 선형 개념의 지오트레일 제도가 도입되면 국토의 자연 특성 이해와 더불어 지역경제 진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오트레일은 보전을 목표로 하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것이다. 현재 각 부처별로 소관 업무가 흩어져 있는 탐방로는 통합될 필요가 있다. 지질공원과 함께 지오트레일 지정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윤곤 박상은 기자

자료 출처: 이수재(한국환경연구원) ‘지질공원 발전 방향’, 김남조(2014, 미발간) 논문, 이수재 ‘국가지질탐방로 도입 방안 연구’ 등


김윤곤 기자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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