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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시 합당조치 요청한다"는 대통령실... 美 감청의혹 신중 대응 '저자세' 논란

입력
2023.04.1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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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프놈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프놈펜=연합뉴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밀문건 유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유감 표명을 자제하고 미국 측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문건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미국의 정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무리 동맹국이라 해도 미국의 감청 정황이 나온 만큼 주권 침해 행위에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저자세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논란이나 의혹에 대해 미국 쪽에서 사실 관계가 파악돼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문건 유출이나 작성 과정에서 특정 국가가 개입하진 않았는지 등이 미국과 공유돼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미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며 "지금 미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양국 상황 파악이 끝나면 우리는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문건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보도가 나온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유출된 자료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내용"이라며 "미국에서는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고 특정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발 조작 문건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또 문건에 함께 거론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한다는 전날 입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는 한국 외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말리,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가 연관돼 있다"며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대책회의, 이날 대통령 주재 회의 등을 거치며 자체적으로 진위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공개된 문건의 내용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건에는 3월 초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할지 여부를 논의한 내용이 담겼는데, 이문희 당시 외교비서관이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폴란드에 우회 판매하는 방안을 언급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식 회의에선 두 사람이 문건에 나온 대화를 한 적이 없거나, 부정확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청와대가 아닌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졸속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보안 문제가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안 문제는 청사 이전 때 완벽하게 준비했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이제까지 아무 문제없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청와대 시절의 벙커구조보다 지금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이 보안에 더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신중론에 대해선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도청을 당했는데 이렇게 저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의혹을 투명하게 푸는 것이 70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순리"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한심하고 비굴하다”며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 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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