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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상처 툭 건드리는, 여섯 살 소녀 더부살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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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인기 육아 상담 프로그램의 시청층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2030세대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이다. 온전히 이해받지 못했던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며 위로를 받았다고들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동의 입장에서 '문제점'이 아니라 '어려움'을 설명하는 방식 덕택이다.
만화 '위리 이야기'는 그런 상담을 받는 듯한 시간을 선사한다. 모로 작가가 2021년 9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연재 중인 이 인스타툰은 큰아빠 집에 얹혀사는 여섯 살 여자아이 '위리'와 친구들의 일상을 그렸다. 1990년대 초반 작은 동네가 배경인 에피소드들이다. 동심이 느껴지는 작화지만 아동분리불안,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등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룬다. 위로와 치유의 인스타툰으로 큰 호응을 얻어 최근 단행본도 출간됐다.
만화는 위리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다섯 살 위리는 어느 아침 눈을 떠 보니 엄마는 없고 할머니, 큰엄마, 큰고모만 있는 상황을 마주한다. "느그 엄마, 너 여따(큰집) 버리고 도망가따." 하지만 위리의 울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울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슬픔은 다분히 아이답게 표현된다. 미움받을까 두렵고 또 버려질까 무서워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동네 아줌마에게 애물단지라는 핀잔을 들은 위리는 그 뜻이 귀하다는 것으로 착각한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해 기뻤던 아이는 사촌오빠(인수)의 소시지 반찬에 손을 뻗었다가 한 소리를 듣는다. 아이의 순수한 반응에 주변 어른들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위리와 친구들의 끈끈함은 일종의 전우애다. 위리와 삼총사인 '소라'와 '후남이'는 엄마에게 버려졌다고 위리를 따돌리는 동네 아이들에게 맞서 싸워준다. 가정폭력, 아동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작디작은 몸으로 서로를 지탱해 주는 우정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에게 심한 체벌을 당하는 후남이를 구하려고 경찰서로 향한 두 친구의 에피소드도 그렇다. 동시에 아이들의 신고를 무시하고 혼내는 경찰과 매 맞는 소리가 들려도 남의 집 일로만 치부하는 동네 어른들의 무관심이 만화 속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 어른이지만 행복을 주는 것도 어른이다. 소시지 반찬이 있는 밥상을 내밀며 "위리야, 많이 먹어"라고 말해 주는 '소라 엄마'. 어린이날에 위리만 두고 놀이공원을 다녀온 식구들에게 대신 화를 내주는 '사촌언니'. 내면의 아이를 넘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어른인가도 고민해 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작가의 시선은 트라우마를 가진 여러 인간으로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작품이 선사하는 공감의 범주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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