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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알아버린 책임감"...과거사 열공하는 일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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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전인 1975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여성이 있다. 고(故) 김학순씨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일본 정부를 제소한 1991년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세상을 떠난 배봉기씨다.
“남쪽에 가면 일을 안 해도 살 수 있다. 누워 있으면 입으로 바나나가 떨어진다”는 위안부 모집 업자의 말에 속아 1944년 오키나와에 간 그는 ‘빨간 기와집’이라 불린 위안소에서 유린당했다. 위안부 생활이 “지옥이었다”라고 회상한 배씨는 해방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여겨지는 극심한 두통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고통으로 점철된, 그러나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준 배씨의 생애를 지난 5개월 동안 깊이 공부한 일본 청년들이 있다. 일본 청년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재일동포 2세인 양징자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공동대표가 주도해 2017년 설립한 사단법인 ‘기보타네(희망씨앗)기금’에서 활동하는 20~30대 청년들이다.
청년들은 그동안 탐구한 배씨의 생애를 바탕으로 배씨에게 헌정할 꽃을 고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에게 헌정한 꽃을 소재로 공책, 컵 같은 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지난달엔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한국 투어도 재개했다. 지난달 29일엔 이 같은 활동을 설명하는 행사를 도쿄 신오쿠보에서 50여 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개최했다.
기보타네는 2018년부터 매년 일본 청년 20명을 모집해 한국 투어를 실시해 왔다. 올해는 4박5일 일정으로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과 서대문형무소 등을 둘러보고 고(故) 김복동씨의 고향인 경남 양산을 찾았다. 위안부 운동을 하는 한국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 회원들과 토론하고 수요집회에도 참여했다. 투어 참가자는 주로 대학생이다. 한국드라마나 K팝을 통해 한국을 좋아하게 돼 한국어 수업을 듣다가, 또는 젠더 관련 수업을 듣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접한 이들이다.
대학 2학년생인 이와모토 레오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투어에 참가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또래와 달리 성평등과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와모토는 현대사와 민주화 운동 등이 묘사된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일본에선 청년이 사회운동을 하면 소셜미디어에서 공격당하기 쉽고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므로 관심이 있어도 나서기 쉽지 않다”면서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이 쉽게 모여서 토론할 수 있도록, 한국의 ‘평화나비’처럼 전국 대학에 네트워크가 있는 대학생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보타네 투어를 계기로 활동가로 남는 경우도 많다. 2018년 투어 이후 “위안부 문제를 알아버린 책임”을 느끼고 활동을 계속해 온 다나카 아사코는 올해 투어의 진행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강연을 듣고 “이런 짓을 해 버린 일본인이 한국인과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게 가능한가”라며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도착한 양산에서 희망을 봤다.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지역 내 다양한 단체와 활동가, 전문가들이 연대해 평화공원을 만들고 추모와 계승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영감을 줬다. 그는 “나 혼자서가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해 함께 사회를 바꿔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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