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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신뢰 속 평등·연대' 갈구 프랑스…한국과 결 다른 국민연금 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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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마찬가지로 올해 연금개혁으로 몸살을 앓는 나라가 프랑스다. 최근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법이 공포됐지만 아직도 프랑스 국민의 64%(프랑스 방송 BFMTV 설문조사)가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우리와 프랑스의 연금개혁 갈등은 닮은 구석이 있다. MZ세대의 반발, 세대갈등으로 번지는 감정싸움, 정부를 향한 불신이 그렇다. 반면 연금을 대하는 자세는 180도 다르다. 한국은 '부은 돈은 돌려 달라' '연금을 없애버리자' 등 일각에서 폐지론까지 나오지만 프랑스는 ①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연금개혁 반대 ②'정부가 우리의 연금을 국민 동의 없이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강한 신뢰 ③사회 구성원 간 연대 중시 등 '연금 사수론'이 기저에 흐르고 있다.
한국일보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와 함께 연금개혁 갈등이 가장 격렬했던 3월 한 달간 프랑스 청년 3명을 온라인으로 심층 인터뷰했다. 프랑스인 앤 플로레(26),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청년 리오넬 마티유(31),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김진리(29)씨에게 프랑스 청년들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프랑스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프랑스 국민,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을 반대하는 건 연금에 대한 신뢰와 직결돼 있다. 오랜 기간 성숙한 제도이고 언젠가 자신도 수급자가 되니 연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젊은이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고 보는 한국 청년들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원을 다니며 6년 넘게 프랑스 MZ세대와 지낸 김씨는 "프랑스 청년들은 노인을 위해 돈을 내는 부양자 측면보다 은퇴 이후 혜택을 볼 수급자란 생각이 강한 편"이라며 "이번 개혁을 계기로 연금 수급 연령이 계속 늦춰져 70세까지 일할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퇴직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자 노후가 불안해진다는 걱정에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는 얘기다.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플로레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연봉이 적은 저소득층까지 많은 사람이 제도 발전에 기여했다"며 "모든 국민이 은퇴 후 최소한의 삶을 누리려면 연금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지켜 온 '평등·연대'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불만도 컸다. 플로레는 "1970년대생부터는 더 오래 일해야 하고, 18~20세에 육체노동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마티유도 "정부가 고소득층이 아닌 육체노동자와 중산층에게 더 큰 노력을 요구한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해 노동자란 정체성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빨리 자리 잡는다"며 "연금개혁이나 노동문제에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프랑스에도 한국처럼 세대갈등이 존재했지만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한국은 '노인을 위해 왜 희생해야 하느냐'며 부양비 증가 우려에 반발하지만, 프랑스는 '미래 연금의 주인인 우리가 반대하는데 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찬성하는 게 맞느냐'는 개혁 주체를 둘러싼 갈등이다.
김씨는 "노인층은 찬성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젊은 세대는 이를 '지금 연금을 받으니 찬성하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보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받는 연금 중 일부를 개혁 기금으로 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기성세대는 정규직을 꺼리고 저축을 덜 하는 청년들에게 연금을 맡기는 게 불안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부양비 증가에 대한 갈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마티유도 "젊은 층은 노인들을 위해 세금을 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연금개혁의 방향을 재정 안정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것에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플로레는 "튼튼한 재정도 중요하지만 국민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사는 게 더 의미 있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 행복할 권리를 갖는 걸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하고, 그러려면 연대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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