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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피하기 쉽고, 계좌 정지 어려워… 마약범죄 기축통화된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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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범(가명)씨는 2021년 9월 지인 2명과 함께 비트코인으로 마약을 구매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연결된 마약 판매상이 처음부터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로 비트코인 입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려고 또 다른 지인에게 비트코인 송금을 부탁했고, 지인은 가상자산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마약상 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전송했다.
이들의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구매자로 가장해 판매자에게 접근했고, 비트코인 구매대행업자를 통해 비트코인 송수신 거래의뢰자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의뢰자 가운데 김씨의 지인 명단을 확보했고, 추궁 끝에 김씨의 대마 구매 정황을 파악했다. 기소된 이들은 지난 2월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비트코인은 이처럼 마약범죄 현장에서 '기축통화'처럼 쓰이고 있다. 추적을 피하기 쉽고 마약 매수자들이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정보통신(IC)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관련 법률 미비로 송수신 거래가 정지되기 어렵다는 점도 비트코인이 애용되는 이유다.
거대 마약범죄 조직은 비트코인을 수금하려고 '자금세탁팀'을 따로 두기도 한다. 이재인 서울북부지검 검사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신종 텔레그램 범죄집단에 대한 규제 검토' 논문에 따르면, 2021년 3월 검거된 국내 최대 텔레그램 마약그룹방(참가자 1,100명)인 '오방'은 △총책(마약 밀수·은닉·드라퍼 모집 등) △인증딜러(중간판매) △자금세탁팀을 두고 마약을 유통했다. 마약 밀수와 판매는 총책과 인증딜러가 맡았고, 자금세탁팀은 비트코인 환전상 역할을 수행했다. 자금세탁팀은 주로 가상자산 구매대행업자로 구성됐다.
오방 총책은 일회용 지갑주소 수백 개를 만들어 마약 매수 희망자들에게 알려줬으며,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에겐 자금세탁팀을 소개했다. 마약 매수 희망자가 자금세탁팀에 현금을 보내면 이들을 통해 비트코인을 전달받았다. 자금세탁팀은 적극적으로 범죄에 협조했다. 수사기관이 자금세탁팀에 거래 내역 등을 요청하면 총책에게 보고·상의한 후 자료 요청을 묵살하거나 자료가 폐기됐다고 허위로 회신해 수사를 방해했다. 총책 검거를 위해선 자금세탁팀의 자료 제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방 총책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해서 1년 가까이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다.
법규 미비도 비트코인 이용을 부추겼다. 구매대행업자 사이에선 가장 선호하는 불법 자금세탁 분야로 마약 판매가 꼽힐 정도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 신고 또는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구매대행업자들의 계좌를 즉시 지급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 범죄는 신고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법률적인 근거도 없어 계좌가 통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재인 검사는 논문을 통해 "상당수의 구매대행업자는 텔레그램 마약방 운영자와 결탁해 자신의 업체를 사용해 거래할 수 있도록 마약방에 광고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 감면 혜택을 주거나 금원을 상납했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지급정지 규정을 준용해 구매대행업자 계좌가 정지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에 관련 규정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인터랙티브 기사로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delisted_c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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