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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작가조합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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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 작가들을 위한 단체다. 서부와 동부로 나눠 운영되며 역사가 각기 다르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서부 WGA가 더 힘이 세다. 조합원 수는 1만4,000명가량으로 동부 WGA(5,000여 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시나리오작가 10명이 결성한 영화작가조합(SWG)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공황기를 거치면서 덩치를 불렸고, 1948년에는 TV작가들이 합류했다.
□ WGA는 파업으로 조합원 권익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서부 WGA가 주로 앞장섰다. 1988년에는 조합원들이 역대 최장인 153일 동안 펜을 놓으며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는 5억 달러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에도 조합원들이 100일 동안 펜 대신 피켓을 잡았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 추산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제에 15억 달러 정도 손실을 불렀다. 반면 조합원들은 DVD 수익 배분, 리얼리티쇼 작가료 지급 보장 등을 얻어냈다.
□ WGA는 지난 2일부터 또 파업을 시작했다. 현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WGA는 OTT가 엔터테인먼트업계 주류가 되면서 작가 수익이 10년 사이 줄었다며 넷플릭스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하는 대신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왕좌의 게임’의 원작자 조지 R. R. 마틴 등 WGA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유명인이 늘고 있다. 마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7왕국의 밤’ 등 여러 드라마가 제작 중단 상태에 놓였다.
□ WGA의 파업은 할리우드에 큰 충격파를 전하고는 했으나 결국엔 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사용자 측이라고 할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WGA가 이번엔 타협점을 쉽게 찾진 못할 듯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최근 불황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서다. 결론이 어찌 나오든 한국 드라마·시나리오 작가들은 부럽기만 할 뿐이다. 극소수 스타 작가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단체행동을 하기도 어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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