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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MZ세대만 희생하라 할 수 없어… 수급세대도 고통 분담 동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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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보다 25년이나 뒤처진 국민연금 개혁, 내후년에 시행해도 늦은 만큼 모든 세대가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월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057년(2018년 4차 재정추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미래 세대가 연금을 지탱해야 하는데,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져 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이를 극복할 방안 중 하나로 1998년 이후 25년간 단 한 차례도 올리지 못한 연금 보험료율을 15%(복수 안 중 하나)까지 올리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단숨에 엄청난 짐을 떠안게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은 "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며 반발했다. 연금 개혁 논의가 첫발을 떼자마자 불거진 세대 갈등이 추후 개혁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장년층은 물론이고 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세대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청년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인세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만큼, 노인세대의 수급액을 조정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선 MZ세대가 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이들이 바라는 개혁 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일보가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한국포럼에 모인 연금 전문가들은 연금에 대한 신뢰도 강화를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기성세대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현 수급세대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MZ세대의 고통 분담만 강조할 경우 가뜩이나 낮은 국민연금의 신뢰도가 더 떨어질 수 있어 모든 세대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안은'이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수급자들은 고통 분담을 하지 않는데 이게 어떻게 개혁이냐'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이 이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는데, 젊은 세대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웨덴이 1985년부터 14년간 국민 설득 과정을 거쳐 1998년 연금 개혁을 마무리한 점을 거론했다. 한국은 5차 재정추계 발표 이후 반년도 안 돼 연금 개혁을 시행하려는 만큼 모든 세대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대 간 합의를 위해선 현재 연금을 수급하는 분들도 '덜 받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며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수급액 조정에 반영하는 물가 상승률을 5년간 동결시켰다"고 했다. 박 교수는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혁할 수밖에 없다며 "청년세대에 보험료 인상과 급여 삭감을 요청하려면 지금 수급자들에게 희생을 부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높이고, 은퇴 후 받게 될 소득대체율(40%)은 더 줄이는 개혁이 필요한데, MZ세대의 소득대체율만 낮출 수 없는 만큼 노인세대도 같이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금 개혁을 MZ세대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와 정치권이 MZ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연금 제도는 노인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지만, 개혁은 청년세대의 의제"라며 "생애 기간 어떻게 하면 노후소득을 보장받을지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청년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혁 과정에서 '기금 소진'에만 초점을 맞추면 연금에 대한 저항감만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MZ와 노인세대 모두 더 내고 적게 받아야 한다는 건 기금 소진론의 관점으로, 희생보다는 모든 세대가 지금보다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금이 있어야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접근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며 "연금의 수입과 지출이 불균형하니 연금을 덜 받고 늦게 받으라고 하면 프랑스처럼 국민적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 교수는 생애주기가 많이 달라졌고 노인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진 만큼, 이에 맞게 연금 납부·수급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기금 소진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퇴직금 부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며 "퇴직연금을 조정해 공적연금 제도로 들어오게 하면 기금 소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도 "퇴직연금을 공적연금화하는 걸 고려해 노후소득 보장에 활용해야 한다"며 "중산층의 노후소득 보장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고 찬성했다. 기업은 월급의 8.3%를 퇴직연금으로 적립하는데, 연금 보험료율과 합치면 전체 보험료율이 17.3%까지 올라가게 된다. 연금 보험료율을 크게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유지·인상해도 연금 재정에 주는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퇴직연금을 중간에 찾지 못하게 해 공적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충분한 설득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하지만 속도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했고, 윤 연구위원도 "연금 제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천천히 논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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