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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성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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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의 성별이 원작과 다른 경우가 있다. 이 작품들에는 성별보다 중요한 가치가 존재한다. 무너진 경계는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는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원작 웹툰 속 사월은 소녀였지만 조의석 감독이 선보인 드라마 '택배기사'에서는 남자다. 조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기획 단계에서 고민했다. 5-8과 사월을 놓고 봤을 때 멜로가 생길 듯했다"고 우려했던 지점을 밝혔다. 멜로는 그가 자신 없어 하는 장르였고 재미를 위해서는 성별을 바꾸는 쪽이 유리한 선택이었다.
2편까지 나온 영화 '정직한 후보'도 주인공의 달라진 성별로 시선을 모았다. 이 작품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라미란이 상숙을 연기하며 원톱 주연으로 활약했다. 원작인 브라질 영화에서는 남성이 주인공이었다. 장유정 감독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상숙 역에 라미란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고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여성으로 변경했다.
영화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다. 2000년 개봉했던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를 리메이크해 탄생했다. 2000년의 작품에서는 김하늘이 과거의 인물이었으며 유지태가 현재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동감'에서는 여진구가 95학번, 조이현이 21학번이다. 서은영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처음에 제의가 왔을 때 남자와 여자를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과거의 남자가 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성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작품을 선보이는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은 박수를 받아왔다. 원작과 다른 성별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하면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까지 안겼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도 있다. 새로운 성별을 부여받은 인물의 매력이 빈약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택배기사'의 경우 사월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으나 작품 속 캐릭터의 존재감이 줄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배우가 성별과 관계없이 배역을 맡을 수 있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계속되고 있다. 배우 김수로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던 '포쉬'가 대표적이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이 공연은 최상류층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사교 모임 라이엇 클럽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녀 배우들이 한 역할에 함께 캐스팅된 이 작품은 남학생 버전, 혹은 여학생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지난 11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도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 작품은 메인 보컬인 본하, 그리고 클럽을 운영하며 드바이를 지키는 기타리스트이자 전 보컬 우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배우 선우는 남자 연기자들과 함께 우빈 역으로 캐스팅됐다. 김려원 역시 본하 역으로 이름을 올리며 성별의 벽을 무너뜨렸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연극 '바니타스'도 멀티 역을 제외한 주요 배역에 성별과 관계없이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미술품 복원 전문가 예준과 팝아트 화가 지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배우들 또한 성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요즘의 상황을 반기는 중이다. 다양한 무대 위에 섰던 차지연은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찾았을 때 젠더 프리 캐스팅이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배우들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더 힘 있는 모습으로, 조금 더 섬세한 모습으로, 다른 느낌으로 여러분들을 자주 찾아뵐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진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갑다. 앞으로 그런 무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많은 창작자들에게는 원작과 다른 성별의 주인공을 선보이면서도 재미까지 더할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신선한 재미를 위한 도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과 K-콘텐츠의 수준은 세계가 칭송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연은 여자이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남자 중학생을 연기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무대 위에서도,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도 성별의 장벽은 조금씩 무너지는 중이다. 배우가 뽐낼 수 있는 매력의 스펙트럼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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