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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최측근 인사들이 판교 테크노밸리에 드나드는 이유는

입력
2023.05.24 04:30
수정
2023.05.24 07:4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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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관광청, 카카오 그룹과 협력
문화교류, 결제, 모빌리티에서 맞손
네이버는 사우디 IT 인프라 개선 논의
"빅테크와 경쟁에서 시장 지킨 점 높게 평가"

카카오는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오피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관계자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카카오페이 신호철 결제그룹장, 카카오모빌리티 김재현 카오너사업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조한규 대외협력실장, 카카오 신민균 전략기획그룹장,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기술책임자 춘 쿽 (Choon Quek), 최고책임자 알하산 알다바그(Alhasan Aldabbagh).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오피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관계자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카카오페이 신호철 결제그룹장, 카카오모빌리티 김재현 카오너사업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조한규 대외협력실장, 카카오 신민균 전략기획그룹장,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기술책임자 춘 쿽 (Choon Quek), 최고책임자 알하산 알다바그(Alhasan Aldabbagh). 카카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주로 우버를 쓰는데 한국은 토종 기업이 시장을 장악했다고요?"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관계자


카카오 관계자들은 23일 경기 성남시 본사를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관계자들이 연신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미국의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 주요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유난히 토종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문화·정보기술(IT)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 중인 사우디 관계자들이 최근 부쩍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몰려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확인하고 협력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관계자들과 함께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 관광청 알하산 알다바그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최고책임자, 춘 쿽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사우디 관계자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그룹 주요 임원들이 함께했다.



사우디 '끊김 없는 여행' 위해 카카오 기술 활용

네옴시티 개요. 그래픽=김문중기자

네옴시티 개요. 그래픽=김문중기자


사우디는 문화,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계획을 담은 '사우디 비전 2030'을 제시하며 한국을 전략적 협력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특히 '끊김 없는 여행(Seamless Travel)'을 모토로 관광객이 좀 더 편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관광 환경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K콘텐츠를 활용한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자 카카오 공동체와 논의를 시작했다.

양측은 ①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 결제 시장에서 범위를 넓히고 있는 카카오페이를 통한 사우디 관광객들의 결제 시스템 구축 ②사우디 내 차량 호출 및 차량 관제 시스템 인프라 고도화 ③카카오톡을 활용한 현지 맞춤형 정보 공유 플랫폼 개발 및 비즈니스 지원 등에서 시너지 방법을 찾았다. 특히 인구 절반이 30대 이하인 사우디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K콘텐츠에 대한 열기가 높은 만큼 카카오엔터의 다양한 IP 사업과 연계해 문화관광에서 교류를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앞서 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카카오엔터에 6,000억 원을 투자했다.


6개월 동안 6회 만난 사우디와 네이버

2022년 11월 2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로봇팔 앰비덱스와 악수하고 있는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네이버 제공

2022년 11월 2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로봇팔 앰비덱스와 악수하고 있는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주로 IT 인프라 측면에서 사우디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의 방문을 시작으로 최근 6개월 사이 사우디 관계자와 네이버 측이 만난 것만 여섯 번이다.

3월에는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 등 네이버 관계자들이 사우디로 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및 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다각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도시 단위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을 위해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로봇 기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가 구축할 슈퍼 앱 개발에도 참여한다.

사우디는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지난해 초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8.14%)과 엔씨소프트(9.26%)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위메이드와 사우디 투자부(MISA)가 MOU를 체결하고 사우디 게임 산업 성장과 블록체인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IT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를 장악한 반면 국내서는 자국 기업들이 시장을 지킨 점을 높게 샀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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