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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권 지키기]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 싸울 토대 정부가 만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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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인구 10억, 중국어 9억, 스페인어 4억입니다. 한국어는 8,000만이죠. 한국 집중이 답이 아닌 이유입니다."
김진우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챗GPT를 기점으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플랫폼 선점에 뛰어든 상황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도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해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는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가질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한국어 데이터만으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성능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글로벌 공룡들과 우리 플랫폼 기업이 제대로 싸우기 위해선 정부가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우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의 확산 속도가 예전 구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때보다 빠르다"며 "국내를 먼저 점유하고 밖으로 나가면 늦으니까 처음부터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빅테크 인터넷 서비스에 시장을 뺏기지 않은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등 특수한 시장을 빼고 한국이 유일하다. 검색(네이버), 메신저(카카오톡)는 이미 우리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이후 해외 서비스가 들어와서 시장을 지킬 수 있었다. 반면 AI 플랫폼은 챗GPT가 먼저 경쟁의 불을 댕겼으며 우리 기업들이 후발주자다. 특히 지난해 말 공개한 GPT3.5 기반 챗GPT 대비 GPT4 버전의 챗GPT는 체감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 구현 수준이 좋아졌다. 이에 국내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한국이라는 시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영어권 국가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카카오의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비 디스커버'는 애초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AI 플랫폼이 단순히 정보통신(IT) 분야가 아닌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독립적으로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AI의 성능은 데이터의 양과 질이 결정하는데 더 많은 이용자가 쓸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 AI의 성능이 발전할 것"이라며 "외국 AI에 종속될 경우 우리 국민들의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해외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모든 앱 개발사들이 구글과 애플에 매출의 25%를 내는 것 이상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마치 세금처럼 AI 사용료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경우 저작물에 대해 사전 동의가 없으면 쓰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편 반면 미국은 사회적 법익이 더 크다면 사용자가 문제 제기하지 않을 때까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현재 AI와 데이터 시장에서 어느 나라가 우위를 차지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유럽식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공개된 정보가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AI 인재 순위는 한국이 28위에 그쳤다. 반면 1,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은 AI 인재 양성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학교가 기업의 수요를 위해 학과를 만드는 계약학과 모델과 학교 내 연구자가 만든 AI 모델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연구실 창업 모델 등 정부가 체계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며 "언어학, 통계학, 미술, 철학, 음악 등 다른 학문과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누구나 데이터사이언스 기초 교양을 갖추도록 하는 융합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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