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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송도로 모이는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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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활성화 방안과 세제혜택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천 송도에 다시 관심이 모인다. 14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이곳에는 머크와 얀센, 써모피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과 K바이오 선두주자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터를 잡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새로운 연구개발(R&D) 센터와 공장을 지으며 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어엿한 바이오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한 이 곳은 20년 전만 해도 '암초 많은 신도시', '순항 미지수' 등의 수식어가 뒤따를 만큼 불확실성의 상징이었다. 2003년 8월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외국자본을 한 건도 유치하지 못해 난항을 겪어야 했다.
그런 미지의 땅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은 건 다름아닌 셀트리온. 당시 한·미 합작 제약회사로 첫 발을 뗀 회사는 허허벌판 신도시에 직원 38명으로 임시 사무소를 차렸고 의약품생산 시설과 연구소 신축 공사를 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사업보고서 기준 2,263명이 다니는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고 그 배경인 송도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했다.
송도의 별명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바꾸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다. 삼성은 2011년 4월 송도 바이오산업단지에 2조 원대 투자를 결정했고 신도시는 들썩였다(한국일보 2011년 4월 8일자). 국내 K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입주 이후 7년 만이다. 아파트 미분양과 경제자유구역 축소로 위축됐던 신도시엔 다시 활기가 생겼다. 부동산 매물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반대로 임대·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두 회사는 현재 새 연구시설과 공장을 지으며 송도의 터줏대감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건 신약 연구를 위해 전초기지인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입주를 끝냈다. 면적 1만33㎡(3,034평)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인 이곳에는 300명 넘는 인력이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삼바는 2025년 9월로 예정된 5공장의 가동 목표 시점을 같은 해 4월로 앞당겼다. 존 림 삼바 대표는 최근 미국 웨스틴 보스턴 시포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주가 잘 들어오고 있어 가동을 더 빨리하려고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1일 4공장이 전체 가동을 시작하며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0만4,000리터(L)의 생산 능력을 갖췄는데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늘어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5공장은 송도 11공구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들어선다.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 상업화하는 회사이다. 2012년 창립과 함께 경기 수원시와 송도 두 곳에 나눠있던 시설과 인력을 2021년 1월 송도에 새 사옥을 완공하며 합쳤다. 지금은 6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미국,유럽 등지에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R&D) 인력이 전체 임직원의 50%가 넘고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일 정도로 젊다.
'국산 1호' 백신을 만들며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도 이곳에 총 3,257억 원을 투자해 3만413.8㎡(9,200평) 부지에 글로벌 연구개발(R&PD)센터를 짓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그 첫 삽을 떴다. 현재 경기 분당시 판교에 있는 이 회사 본사와 연구소는 2025년 송도로 이사한다. 바이오 클러스터 입주와 동시에 글로벌 기업·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오픈랩도 세울 계획이다. 또 신규 공법이나 제품을 도입하기 전 소규모로 가동하는 파일럿 플랜트도 짓는다. 신성장 전략 중 하나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바이럴벡터 등 새 연구 과제를 실행에 옮길 장소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1년 송도 부지 계약 당시 토지구입비를 일반 가격보다 저렴한 조성 원가에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 지원을 받은 것인데 당시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로부터 570억 원을 투자받아 합작사 에스티젠바이오(옛 디엠바이오)를 세우고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14만5,200㎡(4만4,000평) 부지에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 시설을 비롯해 2021년 동아에스티 바이오텍연구소와 지난해 의약품시설이 들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수도권이라 인력과 소재, 부품, 장비 수급이 쉽고 국내외 대학들의 글로벌 캠퍼스가 있어서 인재를 뽑을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 바이오 후발 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대규모 공장을 지을 장소로 송도를 낙점했다. 회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은 20일 인천 연수구 IFEZ 청사에서 국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의 조속한 건립을 위한 4자 간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안에 메가 플랜트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30억 달러(3조7,764억 원)를 투자해 36만L 규모로 항체의약품 생산 공장을 포함한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이 가시화한 것이다.
바이오기업들이 미래 승부수를 띄우는 장소로 송도를 콕 집은 이유를 두고 한 바이오회사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국제기구나 국내·외 바이오 기업·연구 기관 등과 협력하는 데 알맞은 장소"라며 "인천국제공항과 접근성이 좋고 인근 산업단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송도가 진정한 바이오 클러스터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바이오 인력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 많지 않은 R&D 인력이 몇몇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계 기업으로 쏠리는 상황은 중견·중소 회사들의 말 못 할 고민거리다. 한 회사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의 바이오 산업 진출로 인해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며 "양질의 바이오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바이오플랫폼 기술을 갖고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미국법인을 세운 삼양바이오팜은 "특별한 혜택은 없었지만 미국 현지의 유능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보스턴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사람을 싣고 옮기듯 약물의 전달체 역할을 하는 이 회사의 플랫폼 기술(DDS)은 바이오 의약품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나 벤처투자사(VC)와 접점을 넓히는 게 사업을 키우는 열쇠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송도가 아닌 보스턴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유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인력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기업들은 하나의 성공작을 만들어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제약 바이오 산업은 긴 호흡에서 자금과 정책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지원이나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내공을 발휘하는 건 누적된 연구라는 것이다.
정부는 바이오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아일랜드 국립바이오공정연구소(NIBRT) 모델을 참고한 한국형 나이버트(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구축사업·NIBRT)를 도입하기로 했다. 202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산업 인재 양성 추진 방안에는 급성장하는 바이오산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9일 연세대와 인천시가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및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 착공식을 열며 그 꿈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내년 말 센터가 완공되면 해마다 2,000명 이상의 바이오공정 전문 인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문을 연 K-NIBRT 실습교육센터에선 약 800명의 국내 바이오 공정 인력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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