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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경력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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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배우 송중기씨가 아내의 출산 후 자신의 ‘경력단절’을 걱정했다. 그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업계에서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된다는 것은 때론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라며 “아기를 갖고 결혼하는 것이 갈수록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 그의 발언에 여성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경력단절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중기가 얘기하니까 너무 열 받는다. 일자리 잃는 게 뭔 줄 알아?” “A급 남성 배우가 S급 여성 배우보다 많이 받는데, 지금 경력단절 얘기를 하나.” ‘송중기에게 도둑맞은 경력단절’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 1위인데, 한국 여성들이 유독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에 내몰려서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25~54세 여성 42.6%가 경력단절을 겪었다.
□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지만 배우 세계에서도 남성 입지는 훨씬 넓다. 김희애씨는 “남성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이 많아서 남장을 하고 나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여성 배우에게 결혼·출산 여부가 민감하게 작용한다. 박하선씨는 “작품이 안 들어와서 열애설 나고 2년, 결혼·출산하고 2년, 도합 4년을 쉬었다”며 “(상대 남배우가) 본인도 유부남이면서 (상대 여배우로) 미혼 배우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 송씨의 발언은 자신의 고민에 충실했다고 본다. 남성 배우도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 아무래도 로맨스물과 같은 일부 장르와 거리가 생긴다. 그의 발언이 성별 불문하고 결혼·출산에 따른 사회적 불이익을 향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의미도 있다. 또 어차피 인간은 자신이 받는 불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느낀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인의 불이익 정도를 평균과 견주어 볼 줄 모른다면, 진짜 피해자에게 박탈감을 더하는 가해가 된다. 송씨가 “동료 여성 배우들이 더 많이 느꼈을 결혼·출산에 따른 불안을 나도 느낀다”, “이런 차별이 많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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