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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두 거물의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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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1942~2016)는 1976년 6월 26일 기이한 경기를 치른다. 장소는 일본 도쿄 부도칸. 상대 선수는 안토니오 이노키(1943~2022). ‘박치기 왕’ 김일(1929~2006)의 맞수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일본 유명 프로레슬러였다. 두 사람은 15라운드 동안 서로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고 경기는 시시하게 끝났다. 세기의 대결은 한 편의 쇼가 됐으나 둘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알리는 610만 달러, 이노키는 300만 달러를 각기 챙겼다.
□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은 이종격투의 원조였다. 21세기 들어 서로 다른 격투기 종목 선수들끼리 맞붙는 일은 흔해졌다. 지난 24일엔 실리콘밸리 거물인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이종격투기 대결을 운운해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이종격투기장으로 종종 쓰이는 철창에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대결이 정말 성사되면 10억 달러 흥행판이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온다.
□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오랜 앙숙이다. 두 사람 사이는 2016년 우주발사선 스페이스X 폭발 사고를 겪으며 틀어졌다. 머스크가 주도하던 스페이스X에는 저커버그 회사 페이스북의 인공위성이 실려 있었다. 저커버그는 인공위성을 띄워 아프리카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이었다. 페이스북의 야심 찬 시도가 무산된 후 둘은 매사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다. 최근 저커버그의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인 ‘스레드’ 출시에 나서자 머스크가 “한판 붙자”고 도발했고, 저커버그가 이에 응수하며 결투가 이뤄지게 됐다.
□ 1960년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이탈리아 페라리를 인수합병하려 했다. 페라리는 포드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이탈리아 회사 피아트와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용당한 걸 안 포드 사장 헨리 포드2세는 페라리를 혼내줄 레이스카 포드 GT40 개발에 나서고, 유명 자동차 경주 르망24시에서 4연패를 이뤄냈다. 적개심이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21세기 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정신문명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듯하다. 실리콘밸리 두 거물의 다툼은 그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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