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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자리 걸겠다는 장관들...국민 이해가 우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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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며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같은 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 “친일파가 아니다. 제 직을 건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논란이 일면 공직자들이 다른 노력은 않은 채 너도나도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만 치는 형국이다.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는데 그곳에 대통령 영부인 가족의 땅이 있다면 의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어도 땅값 영향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의혹을 성실히 소명하는 게 장관의 도리다. 그런데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 운운하며 장관직을 걸겠다는 건, 심지어 주민들은 아랑곳 않고 사업 중단을 선언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원 장관은 작년 8월에도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파기 지적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진척은 없다.
박 장관의 발언은 더 황당하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친일 명단에 백선엽 장군을 포함시킨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이었다. 국가기관의 판정을 전면 부인하며 장관직을 걸겠다는 것이다. 백 장군 스스로 일어판 회고록에서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는데, “만주엔 독립군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향해 “장관직을 포함해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냐”고 발끈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자 “직을 걸겠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물론 야당이 근거 없이 과도한 흠집 내기를 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부에서나 그랬다. 의심도 말라는 건 과하다. 의혹 불식 노력은 않은 채 걸핏하면 자리를 걸겠다는 건 책임 방기다. “국민 삶, 국가 미래를 가지고 자꾸 도박을 하느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적만큼은 틀리지 않다. 공직자로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설득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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