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흰점박이꽃무지, 동애등에, 갈색거저리를 아시나요?
여름방학 곤충채집 숙제를 위해 열심히 울고 있는 매미를, 유유히 날고 있던 늦여름의 잠자리를, 한철 열심히 논에서 뛰고 있는 메뚜기를 채집망으로 잡아 상자에 넣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곤충채집에 가장 많이 희생된 나비는 또 어떠한가. 말려지고 표본상자에 핀으로 고정되기까지 하였다. 그나마 시골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쉬운 숙제였으나 도시 학생들은 개학이 임박해 급기야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인을 통해 곤충상자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곤충채집 숙제는 환경보호를 위해 1994년부터 전면금지되었다.
여름이 깊어 가는 지금, 앵앵거리는 모기에 잠을 설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고 러브버그라는 생소한 곤충이 산이나 하천뿐만 아니라 도심에까지 무더기로 출몰하면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류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하는 바퀴벌레는 이름만으로도 '혐오'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흰점박이꽃무지, 동애등에, 갈색거저리라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이름들이 곤충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곤충들이다.
혐오의 껍질을 벗고 화려하게 날갯짓하는 곤충산업
채집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되던 곤충은 이제 고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 곤충산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2010년 '곤충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산업화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곤충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곤충농가의 규모화 및 사육시설의 지능화, 관련 제품의 유통 활성화, 기능성 개선, 인식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곤충판매액은 4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억 원이 증가했다. 이 중 식용곤충이 51.8%, 사료용 곤충이 24.4%, 학습·애완곤충이 9.4%로 그 뒤를 잇는다. 또한 흰점박이꽃무지가 166억 원으로 곤충 최대 판매액을 보이고 동애등에 109억 원, 갈색거저리 39억 원이 판매되었다. 코로나 19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던 시기에도 곤충 관련 축제는 2021년 한 해 121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을 만큼 인기이다.
곤충은 장수풍뎅이 같은 애완용을 비롯해 식품, 사료, 화장품, 교육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육 및 유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갈색거저리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추출하는 것처럼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래자원으로의 가치를 높이는 전문가 활약 기대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주식으로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는 식용곤충이 미래 식량난을 해소할 먹거리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곤충은 영양이 풍부한 것뿐만 아니라 사육과정에서 다른 가축과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도 적어 친환경적이다. 국내에도 곤충으로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그러면서도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식품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 음식점도 영업 중이다.
그 외 곤충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니고 곤충의 사육, 제품생산 및 판매유통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턴트, 다양한 용도의 곤충을 농가에서 기르는 사육사, 곤충자원과 연계한 관광, 레저를 기획하는 전문가, 체험학습장이나 수목원 등에서 곤충의 생태적 가치와 다양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곤충해설사, 그리고 곤충이나 곤충부산물을 통해 신소재 성분을 연구하는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커져가는 곤충산업만큼이나 전문가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에 곤충산업학과가 개설되어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연구소, 곤충자원화센터 등을 운영하고 민간에서도 조리사, 해설사 등을 양성하고 자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식품, 약용 등 보다 광범위한 것으로까지 곤충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혐오스럽다'는 인식의 껍데기를 벗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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