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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한 무기수에 또 무기징역? 대법원은 왜 사형이 과하다고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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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가 있다. 그가 교도소 안에서 다시 사람을 죽였다. 이 무기수에게 사형 대신,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두 번의 무기징역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벌일 수 있다. 그래서 하급심은 이번만은 사형이 적합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사형을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번의 무기징역도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인데, 법원이 갈수록 사형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무기수 이모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21년 12월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공주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같은 방을 쓰던 수용자(재소자)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그해 10월부터 살해 직전까지 식판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A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성추행까지 저질렀다. A씨는 얼굴과 가슴을 수차례 맞고 정신을 잃은 채 방치됐는데, 이씨는 이를 숨기기 위해 자연사로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사람을 살해하고자 하는 무분별한 욕구가 있거나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A씨를 살해하려 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며 사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성격과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도 살인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가 불량하고 방법이 잔혹해서 고의를 가지고 흉기로 살해하는 것과 비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형이 과하다고 봤다. 이씨가 A씨를 확실한 고의로 죽이려 한 게 아니라 누적된 폭행으로 인한 것이었고, 피해자가 1명뿐이었다는 것이다. 통상 법원은 피해자가 1명인 살인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 또 대법원은 "이씨가 항소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피해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교도소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봤다. "폐쇄적이고 좁은 장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교도소의 특성이 수용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무기징역형 집행 중 다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것을 무의미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 전에도 법원은 사형 선고에서 깐깐한 판단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올해 4월 국내·외에서 1번씩 살인을 저지르고 출소한 뒤 3번째 살인을 저지른 B씨에게도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살인죄로 복역을 끝낸 뒤 50대 여성과 공범을 또 살해한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살인으로 재범을 저질러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6년째 사형 집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형 선고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사형 선고 1년에 24명서 2명으로... 법원이 사형과 헤어질 결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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