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단독] '재난 총괄' 국무조정실 두 달 전에도 "완벽한 폭우 대책 자신 없다"

입력
2023.07.18 14:45
수정
2023.07.18 19:21
4면
구독

국회 기후특위서 기후대응 구체적 답변 없어
3월 '이상기후 보고서' 원인 진단 후 대책 無
與 "재해 복구 후 정부 전반 대비책 살필 것"

18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내부 정리작업 및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18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내부 정리작업 및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극한 호우로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 착수를 발표한 국무조정실이 불과 두 달 전엔 이상기후에 대한 종합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안전 정책을 총괄하고 각 부처를 지휘·감독해야 하는 국무조정실이 정작 사전대비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3일 특위 회의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재해 대응 역량에 대해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박구연 국무1차장에게 "2021년 유럽의 기습폭우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인도 북부에서는 빙하 붕괴로 홍수가 났다"며 "지난해 기습폭우 등 여러 상황을 보면 한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일상적인 안전관리점검과 다른 차원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재해에 대해 정부가 어떤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차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기후변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저희(정부)가 하나의 대책을 완벽하게 했다고 자신은 못 한다"며 "기후적응 대책 차원에서 종합적 계획을 세우는 부분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중심으로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 등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구체적 대응 방안이 없다고 시인한 셈이다. 당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오전 질의만 마친 뒤 자리를 뜬 상태였다.

국무조정실은 올 3월 기상청 등 범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2022 이상기후 보고서'에 "6월 하순과 8월 상순 후반,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위치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강수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향후 대응계획으로는 '여름철 대책기간 중 총력 대응 실시', '태풍·호우 등 자연재난 대비 24시간 상황관리태세 유지' 등 단 두 가지만 명시했을 뿐이었다. 이번 충청·경북에서 발생한 수해가 정체전선에 따른 집중호우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대응 부실에 기인한 '관재(官災)'라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수사,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고 수습 절차와 피해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는 즉시 국무조정실 등 정부 전반의 대비책이 어떠했는지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지자체와 경찰·소방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감찰에 나서겠다고 밝힌 국무조정실도 책임 논란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어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고, 이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은 이와 관련해 "당시 박 차장의 발언은 하나의 대책만으로 기후위기를 완벽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며 "6월 탄녹위에서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수립했다"고 해명했다.


김민순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